르노삼성 CEO 이·취임식이 지난 3월25일에 열렸습니다.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은 약 5년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르노삼성 CEO로 재임했으며 4월부터 중국 동펑르노차 사장으로 재임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에 이어 박동훈 사장이 르노삼성 사장 자리를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르노삼성 박동훈 사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이·취임식에서 “‘품질 No.1, 국내 판매 3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내 최고의 효율성 달성’, 등 2016년의 3대 목표를 무난히 달성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 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박동훈 사장은 본래 자동차 분야가 아닌 건축분야를 전공했으며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진건설 등 건설사에서 근무했다가 2001년 고진모터임포트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자동차 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폭스바겐 코리아 사장을 거쳐 2013년 연말에 르노삼성 국내영업본부 부사장을 맡아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박동훈 사장이 르노삼성으로 자리를 옮긴 2013년 하반기 르노삼성의 소형 SUV 모델인 QM3가 출시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QM3는 전량 스페인에서 생산되어 물량 확보에 한계가 있었고 QM5, SM5 등 나머지 르노삼성 모델은 경쟁사보다 모델체인지 주기가 늦어지면서 경쟁력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지난 2014-2015년은 르노삼성의 암흑기라고 볼 수 있죠.


 

SM6 신차발표회에서 박동훈 사장이 절치부심(切齒腐心), 권토중래(捲土重來)라는 사자성어를 내세웠는데 쉽게 풀이하면 실패 후 분해서 다시 재기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르노삼성 SM6 3월 판매실적은 6,751대로 연간 5만대 내수판매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르노삼성은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와 다르게 내수가 주력시장인 유일한 브랜드입니다. 현대기아는 뭐 세계적으로 수출하고 있고 쌍용도 유럽지역 중심으로 수출하며 한국지엠도 오펠 등 여러 가지 브랜드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르노삼성은 닛산에서 위탁받은 SUV 모델인 로그가 전량 모두 수출되고 있으며 QM5가 월별 500-1000대 정도로 수출되고 있지만 그 외 나머지 모델은 수출실적이 없거나 있어도 소량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르노삼성 입장에서 가장 큰 시장이 바로 국내 시장인 만큼 박동훈 사장은 르노삼성의 가장 큰 시장인 국내에서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더 높은 품질로 승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박동훈 사장은 이런 현실을 매우 잘 알고 있으며

 

현대차의 놀이터에 놀지 않겠다는 박동훈 사장



박동훈 사장은 이전부터 한국 자동차시장을 두고 현대기아차 기준에서 만들어진 놀이터라고 비유했으며 우리는 그 놀이터에 놀지 않겠다. 라는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또한 “현대기아차는 미국 국민들에게 특화된 자동치이며 한국 현실에 맞는 자동차는 르노삼성이다”라고 자신 있게 주장했습니다.

 

물론 그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현대기아차가 독과점한 만큼 국내 자동차 시장 트렌드는 현대기아차가 선도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르노삼성차가 그렇다고 한국적인 자동차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프랑스의 향기가 가득한 자동차였죠. 3세대 SM5 처음 시승할 때 편의사양, 인테리어 디자인, 조작성 등 모든 면에서 기존 한국차에서 찾을 수 없었던 낯선 느낌 때문에 적응이 좀 안된 기억이 있습니다.(나쁘다는건 아닙니다.) 따라서 한국적인 자동차라고 주장하는 건 어폐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과거 삼성자동차가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은 시절을 르노삼성차가 다시 찾고 싶다면 자동차의 기본을 경쟁사인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쌍용차보다 더 좋아야 한다고 봅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기본은 스펙이 아닌 내구성이죠. 어지간히 긁혀도 문제없는 두꺼운 도막 쉽게 부식되지 않는 재질 등 한마디로 소모품을 제외한 나머지 건으로 소비자들이 서비스센터를 최대한 찾지 않는 품질 좋은 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2010-2015년 사이에 생산된 르노삼성차들은 품질이 현대기아차와 다를바 없다고 생각됩니다. 삼성차가 자랑하던 방청수준은 오히려 1세대 SM5 시절보다 후퇴했고 소모품 교환하기 힘든 설계구조 그리고 혼류생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소음이 크고 진동이 유입되며 잡소리를 호소하는 등 감성품질이 과거보다 미흡했습니다. 거기에 꾸준하게 상품성 개선이 이뤄지지 못했죠.

 

그나마 다행인 점은 르노삼성 SM6가 정신을 차려 품질 좋은 차를 만드는데 힘을 쏟는 듯 합니다. 위 사진은 차체 내부에 도포된 이너왁스인데요. 한눈에 봐도 흥건히 젖을 정도로 왁스도포가 잘 되어 있죠. 말리부는 모르겠고 경쟁 모델인 쏘나타, k5는 이 왁스가 도포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아연도금 비율을 높였다고 해도 안에서 고인 수분과 염분 때문에 차체는 부식될 수밖에 없죠.

 

과거와 다르게 소비자들이 단순히 스펙만 보고 구매하지 않고 연비와 디자인을 우선순위로 두며 실속 있게 다 따져보며 자동차를 구매하는 만큼 르노삼성도 점점 높아지는 소비자들 눈에 맞추는 마케팅을 펼쳐야 합니다.

 

1시간 약 60대 생산하는 부산공장의 높은 생산성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부산공장은 전세계 자동차공장과 비교해도 생산성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현대 울산공장이 시간당 대략 33-35대 쌍용차가 23대 정도 생산하는데요. 부산공장은 1개 라인에 르노삼성의 모든 모델 그리고 닛산 로그까지 조립합니다.

 

르노삼성이 향후 르노 메간과 클리오를 국내에 판매하겠다고 보도됐는데요. 이왕이면 QM3처럼 유럽에서 생산되는 것 보다는 그래도 부산공장에서 조립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닛산 로그가 부산공장에서 조립 생산되고 있죠. 그리고 향후 르노와 닛산은 같은 공장에서 조립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성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희망이지만 르노삼성에서 판매할 르노 클리오, 메간은 물론 부산에서 조립하는 닛산의 수출전략형 모델도 부산공장에서 조립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산공장은 1시간당 60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높은 생산성과 함께 남북통일이 이뤄지면 열차를 통해 자동차를 직접 육로로 수출할 수 있죠. 무엇보다도 대지진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일본의 경우 지진발생 이후 생산이 한 동안 중단되는데 반해 부산은 상대적으로 지진에서 안전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다만 기존 라인에서도 7개의 모델이 혼류 생산되는 부산공장에서 신규로 자동차 모델이 생산되면 생산라인을 하나 더 추가해 설비를 늘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단 이렇게 되면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되죠. 저의 개인적인 희망이지만 박동훈 사장님이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영을 책임지는 만큼 저와 비슷한 생각을 분명히 가지고 계실 거라 생각되며 르노삼성의 성장을 위해 더욱 노력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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