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형차는 무엇입니까? 라고 질문하면 과반수 이상은 쏘나타라고 대답할 겁니다. 쏘나타는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중형차 월별 1위 판매량을 거의 대부분 차지했었던 현대차 최고의 베스트셀러 모델이죠.


그런데 2010년 쏘나타 시리즈 중에서 충격적인 디자인이 도입된 YF 쏘나타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현대차가 처음 시도한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적용하면서 상당히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변경되었는데요. 4도어 쿠페와 비슷하게 변경된 YF 쏘나타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YF 쏘나타 앞모습이 삼엽충 닮았다고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YF 쏘나타는 이런 디자인 때문에 2010년 상반기 동생 모델이라 할 수 있는 기아 K5에 중형차 1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처음 출시된 K5는 너무 앞서나간 YF 쏘나타와 비교해서 한결 절제된 디자인과 함께 보수적이지도 않은 완벽한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았던 모델입니다.(K5 때문에 피터슈라이어의 명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K5 때문에 기아차는 또 한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세대 K5가 디자인 측면에서 너무나 완벽하거든요. 실제로 기아차는 2세대 기아 K5 디자인 때문에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5년 7월 2세대 기아 K5가 출시됐고요 예상대로 쏘나타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선택할 수 있고 소비자들 취향에 따라 MX, SX라는 다른 프런트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욱 남성적인 신형 K5



2세대 K5는 두 개의 얼굴 + 다섯 개의 심장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습니다. SX가 상대적으로 젊고 역동적인 디자인이고 MX가 얌전하고 진중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처음 볼 때는 SX가 더 좋아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보니 MX가 더 좋아 보이더군요.


요즘은 헤드램프나 리어램프나 가로로 길게 찢어지는 것이 유행입니다. 2세대 K5도 1세대 대비 램프디자인이 더욱 가늘고 길게 찢어져 역동적인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네요. 프런트 범퍼 하단에 있는 에어홀이 적용됐는데 과거에는 보통 공기가 통과하지 못하는 이미테이션에 불과했지만 2세대 K5는 공기가 범퍼를 통과하도록 구현됐습니다. K5뿐만 아니라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 현대기아차들 범퍼 좌우에 에어홀이 마련되었는데요. 아마도 공기역학에 유리하니까 에어홀을 적용했겠죠.


모던 익스트림을 뜻하는 MX는 LED 안개등이 탑재되었고 스포츠 익스트림을 뜻하는 SX는 에어홀 가장자리에 메탈릭 재질의 장식으로 덧붙였는데요. 처음에는 SX가 더 나아보였지만 지금은 LED 안개등 있는 MX에 더욱 눈길이 갑니다.



현재 판매되는 K5는 1세대 모델과 비슷한 운전자 중심의 ㄱ자형 인테리어입니다. 거기에 운전자의 조작성이 편리하게끔 센터페시아 패널이 운전석 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죠 다만 1세대 구형 K5 센터페시아와 비교해서 현재 출시되는 K5는 'T'자 인테리어 디자인도 가미했습니다. 그리고 센터페시아 중앙 에어벤트 위치가 아래로 내리고 에어벤트를 가로로 길게 늘였네요.


대시보드 중앙에 박음질 처리가 되어 있어서 마지 가죽 재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죽 재질처럼 보이도록 사출된 우레탄입니다. 신형 K5는 대시보드는 물론 도어트림 등에도 폭넓게 우레탄이 적용되었는데요. 솔직히 말해서 형님 모델인 쏘나타보다 촉감이 떨어집니다. 서자 기아차의 한계라고 볼 수 있겠죠.


개인적으로 K5 스티어링휠 촉감도 별로였습니다. 스타트 버튼도 눈으로 볼 때는 리얼 알루미늄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만져보면 플라스틱입니다. 무엇보다도 스타트 버튼 주위에 테두리 마감이 되지 않은 점도 옥의 티라고 볼 수 있네요. 시동 버튼 퀄리티는 오히려 1세대 K5보다 퇴보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구형 1세대 K5대비 현재 판매되는 K5의 가장 큰 장점은 시트입니다. 가죽 재질이 고급스러운 느낌은 아니지만 운전석과 조수석 둘 다 시트 착좌감이 상당히 편하다. 뒷좌석 시트는 시트포지션이 낮고 과거 YF 쏘나타와 비슷하게 등받이에 파묻히는 느낌이지만 착좌감 자체는 만족스럽습니다.


조수석 워크인 디바이스는 쏠로가 아닌 커플 그리고 부부라면 꽤나 유용할 듯싶습니다. 특히 와이프의 양손에 물품이 있을 때 운전자가 워크인 디바이스를 통해 시트를 뒤로 밀어 와이프를 배려할 수 있겠네요. 처음에는 워크인 디바이스 굳이 필요 있나? 싶었는데 커플이나 부부가 탑승하면 상당히 유용할 듯싶습니다.


더 부드러운 2.0 CVVL 엔진, 연비 좋고 힘도 적당한 1.7L 디젤 엔진


 

2.0 CVVL 엔진도 누우 엔진입니다. 보어와 스트로크가 동일한 구형 세타 엔진과 다르게 누우 엔진은 스트로크 사이즈가 97mm나 되는 전형적인 롱스트로크 엔진입니다. 롱스트로크 엔진은 저회전에서 힘이 좋지만 고회전에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하지만 이건 그냥 이론일 뿐이고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숏스트로크가 고회전에 유리하고 롱스트로크가 저회전에 유리하다는 통념은 이제 옛말이 되었습니다. 스트로크보다는 흡배기캠 각도가 더 중요하죠.


재차가 아반떼 쿠페인데요. 이 모델도 2.0L 누우 GDI 엔진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GDI는 흡기포트가 아닌 엔진연소실 내부에 직접 고압으로 연료를 분사해 효율성을 높인 엔진인데요. 엔진에서 내뿜는 파워 자체는 누우 GDI 엔진이 누우 CVVL보다 낫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직분사 특유의 엔진소음이 상당히 거슬리며 가속할 때마다 특히 소음이 크게 유입됩니다.



2.0L CVVL 모델은 무난합니다. 힘이 넘치지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 않고요. 숙성된 6단 자동변속기는 운전자가 의도한대로 적절하게 변속하면서 부드럽게 가속을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놀라운 점이 있다면 2013년 처음 출시한 LF 쏘나타 초기형 모델보다 진동이나 소음이 덜 유입된다는 점입니다. 2세대 K5가 LF 쏘나타 대비 NVH를 보강한 것일까요? 작년 상반기 LF 쏘나타 이어모델인 2016년형 쏘나타를 타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초기형 LF 쏘나타 2.0 CVVL 모델과 비교하면 정숙성 측면에서는 우위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누우 CVVL 엔진은 일정 rpm이상 올라가면 밸브가 열리는 높이를 증대시켜 공기를 더욱 원활하게 흡입할 수 있는 기구가 적용되었습니다. 가변밸브리프트라고 하죠. 연소실에 직접 연료를 분사하는 GDI보다 연소효율성은 열세지만 CVVL이 이를 보완해줬다고 생각됩니다. 


풀스로틀 상태에서 기아 K5 2.0 CVVL 모델은 단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약 6,300rpm에서 다음 단으로 변속됩니다. 이 부분은 에코, 스포츠 주행모드 동일하며 구형 K5와 비교시 D 레인지 상태에서 운전자가 급 가속을 하면 다운쉬프트가 더욱 신속하게 이뤄져 맹렬하게 가속됩니다.


2.0 CVVL 엔진은 최고출력 168마력, 최대토크 20.5kg.m의 힘을 내는데 1세대 K5에 탑재된 172마력 2.0 CVVL 엔진보다 파워가 약간 낮아졌지만 큰 차이는 없습니다. 4도어 패밀리 세단이 스포츠주행 용도도 아니고 말이죠. 페이퍼스펙은 개인적으로 크게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1.7 디젤 엔진은 이미 i40, 쏘나타, 투싼 등에 폭넓게 탑재됩니다. 제가 K5 1.7 디젤 모델을 타고 한반도 둘레를 주행하면서 장거리 연비를 측정했는데요. K5 1.7 디젤 엔진에 관한 부분은 K5 장거리 주행연비 컨텐츠 쓸 때 언급하겠습니다.


2세대 K5는 원턴 구조 바디 웨더스트립 윈드실드 몰딩이 적용됐다고 합니다. 덕분에 풍절음 유입 억제 수준은 훌륭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외에 엔진소음 유입도 1세대 K5 대비 더욱 억제된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콘크리트 고속도로 구간에서 노면 소음이 의외로 큽니다. 타이어 때문일까요? 처음 시승한 K5에는 S1 노블2 타이어가 탑재되었고 두 번째 시승한 K5에는 금호 솔루스 마제스티가 장착되었는데요. S1 노블2 그리고 마제스티 둘 다 컴포트 지향 타이어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타이어 노면소음 유입이 의외로 큰 편입니다.


차는 나쁘지 않지만 더 짙은 색깔이 필요한 기아 K5



요즘 출시되는 차는 확실히 과거보다는 품질이나 성능 측면에서 좋다고 생각됩니다. K5도 그렇고요. 다만 형님 모델인 쏘나타의 아성이 워낙 높은데다 디자인에서 높은 호평을 받은 1세대 K5와 다르게 2세대 K5는 그냥 평범한 기아 중형차 세단으로 전락했습니다. 판매량도 1세대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죠.


과거 YF 쏘나타 1세대 K5가 치열하게 경쟁했던 시절 두 모델을 구매한 연령층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는데 YF 쏘나타는 이질적인 플루이딕 스컬프처 디자인 언어가 적용됐음에도 40대 이상 운전자 비율이 높았으며 K5는 20-30대 연령층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다양한 파워트레인과 두 개의 프런트 범퍼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소비자들의 개성을 만족시킬수 없습니다. 따라서 모델 라인업을 더욱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DCT 흔히 듀얼클러치 변속기라고 하죠. 자동차에 관심 있다면 다들 아시겠지만 변속기 내부에 있는 2개의 클러치가 주행 상태에서 하나의 클러치가 엔진 동력과 연결되면 또 하나의 클러치가 미리 다음 단 기어와 연결되고 변속 시점에 도달하면 빠른 속도로 변속을 할 수 있습니다.


운전자가 클러치 페달을 밟고 변속이 불필요하면서도 DCT는 변속기 구조가 수동변속기와 유사해 기존 자동변속기는 물론 수동변속기보다도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변속기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토크컨버터가 없기 때문에 초기에 출발하는 구동력은 일반적인 자동변속기보다 낮습니다. 2000년대 이전 출시된 자동차 취급설명서를 보면 지금은 없는 최고속도, 기어비와 함께 등판능력을 탄젠트 단위로 표기되어 있는데요. 초반구동력을 담당하는 구동기어비가 수동이 자동보다 더 크게 설정했음에도 등판능력이 자동변속기가 더 뛰어난 이유는 토크컨버터가 힘을 보태기 때문입니다. 아래 사진은 현대기아차 R&D 모터쇼에서 공개한 신형 6단 자동변속기 절개사진인데요. 원반처럼 보이는 물체가 바로 토크컨버터입니다.



현대기아차에 탑재되는 DCT를 포함한 모든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이러한 토크컨버터가 없어 자동변속기 대비 구동력이 낮습니다. 따라서 가파른 언덕길 올라갈 때 또는 도로가 패인 구간 등 큰 힘을 필요로 할 때는 일반적인 자동변속기보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더 깊게 밟아야 합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자동변속기가 폭넓게 보급된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지 않고도 저절로 출발하는 자동변속기에 익숙해지게 됐으며 이런 경우를 클리핑 현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토크컨버터 없는 DCT는 클리핑 현상에 약해 평지가 아닌 경우는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아줘야 합니다.


HAC 오류? 기아 스포티지 1.7 디젤



위 영상은 기아 스포티지 1.7 디젤이 빌라주차장에서 D 레인지로 놓았음에도 전진은커녕 오히려 후진해서 해당 차주는 물론 다른 사람들이 놀라는 영상입니다. 이미 보배드림 등에 스포티지 1.7 디젤 소유자가 예전에 촬영한 영상을 보셨다면 아마 아실 겁니다.


영상 보시면 아시겠지만 D레인지에 놓고 전진을 시도했지만 전진은커녕 차가 오히려 후진했으며 1대가 아닌 다른 스포티지 1.7 디젤에서도 나타난 현상입니다. 그나마 왼발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오른발로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부드럽게 전진할 수 있으며 엑셀에이터 페달을 깊게 밟아도 전진할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을 보면 앞타이어가 패인 둔턱에 걸쳐있으며 뒤타이어가 있는 곳은 살짝 내리막입니다. 둔턱에 걸린 앞타이어 때문에 차가 뒤로 밀리는데요. 일반적인 오르막 구간에서 HAC는 잘 작동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오르막 구간에서 뒤로 밀리는 걸 방지하는 HAC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기아차 DCT는 문제없나?



이날 스포티지 1.7 디젤 이외에 스포티지 2.0 2륜과 4륜 모델도 테스트했는데요. 스포티지 2.0 모델은 2륜이나 4륜 문제없이 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스포티지 2.0 모델은 1.7과 다르게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어 토크컨버터가 내장되어 있는데요. 위에서 언급했듯이 토크컨버터는 변속기오일을 통해서 구동력이 전달되어 부드러운 출발이 가능하고 구동력이 강해 HAC가 활성화되지 않아도 문제없이 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테스트전 주차된 크루즈 1.8 가솔린(6단 자동변속기)의 경우도 문제없이 빠져나왔고요. 이글만 보면 DCT에 문제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위에서 설명했지만 DCT 등 토크컨버터가 없는 변속기는 구동력이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포티지 뿐만 아니라 형제 모델인 투싼 그리고 쏘나타, K5 1.7 디젤 모델도 스포티지와 비슷할 거라 예상됩니다. 해당 차종을 소유한 네티즌들은 현대기아차가 클러치 붙는 타이밍이 좀 늦다고 하는데요. 이것과도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현대기아차에 탑재된 DCT 문제라고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같은 장소에서 DCT가 탑재된 르노삼성 QM3 또는 DSG 미션이 탑재된 폭스바겐 골프, 티구안 등을 테스트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확실히 문제점을 알 수 있겠죠.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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