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사태로 인해 폭스바겐 코리아 그리고 환경부와 국토부 등 정부 부처 간의 줄다리기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환경부와 국토부에서는 폭스바겐의 리콜 조치가 미흡하다고 폭스바겐이 제출한 리콜계획서를 계속 반려하고 있는데요. 


이 와중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에서 수입 판매하는 벤츠 S350d 모델이 7단 자동변속기에서 9단 자동변속기로 변경된 걸 모르고 지난 1-2월 판매하다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에서 뒤늦게 이를 알고 국토부와 환경부에 이를 신고 후 자진해서 판매를 중지했습니다. 그리고 국토부는 지난 2월29일부로 벤츠 S350d 모델에 대한 판매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이전보다 더 개선된 변속기가 탑재되어 연비 등 효율성이 더 높아질 것인데 왜 애꿎은 벤츠코리아에 벌금을 부과하는가?”라며 반문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엄밀히 말해서 이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명백한 실수입니다. 대기환경보전법 그리고 소음진동관리법을 위반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환경부는 1-2월 동안 판매된 S350d 98대 판매액의 1.5%를 벌금으로 책정해 1억6,8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에서 억울하다고 생각되면 소송 등으로 항소해서 벌금액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지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국산차와 수입차를 판매할 때 정부로부터 어떻게 허가를 받고 자동차를 판매할까요? 과거에는 정부부처 산하 자동차성능연구소 등에서 검사 및 승인을 받고 출시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2003년부터 형식승인제도에서 자기인증제도로 변경


자동차와 관련된 법규는 모든 국가가 다 다릅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모든 자동차 법규가 다 다르죠. 그리고 자동차 업체가 자국 혹은 타국에 자동차를 판매하려면 판매 전 해당 국가들이 내건 법규를 만족시켜야 합니다. 


우리나라 또한 국산차든 수입차든 자동차를 판매하려면 국내 자동차법규를 만족시켜야 합니다. 자동차관리법부터 대기환경보전법, 소음진동관리법, 등화관제법(현재는 폐지)등 적지 않은 법규들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2년까지는 형식승인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자동차를 판매하기 전에 국토부나 환경부 산하 기관에서 충돌테스트, 연비, 소음, 배기가스 등의 검사를 받은 후 해당 차종이 국내 법규를 모두 충족했다면 정부에서 허가증을 작성해주고 완성차 업체는 비로소 자동차를 국내에 팔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형식승인제도는 검사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신차를 출시해서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여야될 완성차 업체들이 길어지는 검사기간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이 원하는 시기에 맞춰 신차를 출시할 수 없어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한달에 여러 모델의 신차들이 쏟아지는 경우 이 제도는 검사를 받는 데까지 불필요한 시간이 더욱 증대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이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도 이 제도를 폐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반면 자기인증제도는 출시 전에 반드시 정부부처 산하 시험기관에서 인증 테스트를 받지 않고 완성차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모든 자동차법규를 만족한다는 시험인증서를 작성해서 정부에 제출하면 바로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원하는 날짜에 맞춰 신차를 발표할 수 있습니다.




완성차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검사를 한다고 하지만 국가의 관리·감독 없이 완성차 업체들이 작성한 서류만으로 국내 법규를 모두 충족시키는게 가능하냐? 라고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교통안전공단 등 정부부처 산하 연구기관들은 신차출시 후 어느 정도 판매된 모델들을 대상으로 충돌테스트를 포함한 각종 시험테스트를 통해 국가 법령에 맞게 제작됐는지 검사하며 국가 법령에 어긋나거나 미흡한 항목 그리고 결함이 발견되면 바로 리콜조치를 시행합니다.


연말이 되면 국토부 교통안전공단에서 주최하는 올해 안전한 차 시상식을 개최하는데요. 시험테스트 받은 신차 중에서 가장 안전도가 높은 모델에 최우수상을 부여합니다. 이렇게 되면 해당 모델은 이걸 토대로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탑승자들의 안전도를 높아지는 걸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신차출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시 후 1년 만에 부분변경을 통해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서스펜션, 서브프레임 등을 변경해 상품성을 높이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엔진과 변속기를 바꾸는 사례도 있는데요. 


제 기억이 맞는다면 국산차 중에서는 현대 스쿠프가 출시 1년 만에 연식변경을 통해 파워트레인을 변경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1990년 처음 출시할 때 엑셀과 엘란트라에 탑재한 오리온 엔진을 탑재했지만 가속력을 높이기 위해 최종감속비를 4.021에서 4.333으로 높였고 그것만으로 부족해 오리온 엔진보다 효율성이 크게 증대시킨 현대차 최초의 독자개발엔진 알파엔진을 탑재했습니다.


스쿠프를 출시한 시기는 자가인증제도가 아닌 형식승인제도이기 때문에 현대차 입장에서는 같은 모델임에도 인증을 여러 번 했을 거라 짐작합니다.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S350d 변속기 변경사례는 개인적으로는 살짝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9단 변속기로 변경된 걸 나중에 알았다고 하는데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내부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사례는 사실 나와서는 안 되는 겁니다. 소비자들이 볼 때 벤츠는 자사가 파는 자동차의 정보조차 모르고 판매한 건가? 라고 의심이 들 수밖에 없죠.


그래도 뒤늦게나마 변속기가 변경된 걸 발견해 자발적으로 판매를 중지하고 정부 부처에 신고해서 다행입니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S350d 변속기 항목이 빠져 있는 상황이고 연비 또한 이전 7단 자동변속기가 탑재한 상태에서 인증 받은 연비만 표기되어 있습니다.


언제 9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S350d가 판매 재개될지 알 수 없지만 연비, 배기가스 측정결과가 나오면 인증서류를 검토 후 다시 판매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 관련 부처에서 예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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