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출시된 지 약 10년 기준으로 자동차 모델체인지 없이 계속 판매되면 보통 사골이라고 표현합니다. 대부분 좋은 의도보다는 나쁜 의도가 담겨져 있죠.

 

무조건 새로 바뀐 최신형 모델이 다 좋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신형 모델은 구형과 비교해서 신규 부품 및 개선 부품이 적용되는데 신규 및 개선 부품이라고 해도 실제 주행에서 종전 부품보다 무조건 내구성이 좋다고 볼 수 없습니다. 신규 부품이 자동차에 적용되려면 기존 부품보다 원가 저렴해야 한다.는 조건 즉 원가절감이 필요합니다. 원가를 줄이면서도 성능과 내구성이 개선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케이스 또한 많죠.

 

 

이번에 시승한 S80 D5는 지금은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고 있습니다. D5 마지막 모델은 2013년 말에 출시하여 2015년 상반기까지 판매했으며 현재는 유로 6 배기가스 기준에 부합되지 않아 단종 되었습니다.

 

제 블로그를 오래 전부터 보신 독자라면 과거에 작성한 S80 D5 시승기를 작성했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거기에 운 좋게도 2010년 S80 D5를 가지고 서울 부산 왕복하면서 리터당 24.85km/l라는 연비를 기록하면서 연비대회 우승을 달성했던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D5 엔진은 강력한 힘 그리고 연비 무엇보다도 직렬 5기통 특유의 묵직한 엔진음은 크게 거슬리지 않고 운전자의 귀를 즐겁게 해준 걸로 기억합니다.

 

205마력에서 215마력으로 상승한 D5 엔진

 

 

2013년 말에 출시한 S80 D5는 최고출력을 한번 더 업그레이드 해서 최고출력을 215마력 까지 상승시켰습니다. 최대토크는 44.9kg.m 인데 아마 미션에서 허용하는 토크가 약 45kg.m 정도여서 최대토크는 올리지 않은 듯 합니다. 제 기억으로 S80 D5에 탑재된 6단 자동변속기가 아이신제인데 현대 베라크루즈도 같은 변속기가 탑재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종전 모델과 비교 시 최고출력이 10마력 증대 되었는데요. 일상 주행에서는 205마력 S80 D5 모델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뻥 뚫린 도로에서 급 가속을 하면 원하는 속도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졌습니다. 0-100km/h까지는 큰 차이 없지만 0-160km/h의 경우 205마력 S80 D5 모델과 215마력 S80 D5 모델 비교 시 160km/h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대략 2초 이상 차이가 납니다. 0-200km/h 걸리는 시간은 약 30초 이며 V6 3.0L 가솔린 엔진 탑재한 중대형세단과 성능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배기량이 같은 그랜저, K7 2.4L 가솔린 엔진과 드래그 롤링을 해 본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랜저, K7 2.4 모델은 최고출력 201마력을 내는 가솔린 엔진이 탑재되어 있는데요. 최고출력은 낮지만 S80 D5 대비 공차중량이 약 150kg 가볍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모델 정지 상태에서 200km/h까지 드래그를 한다면? S80 D5의 압승입니다. 그랜저, K7 2.4 가속력을 측정해보면 0-100km/h까지 약 10초 정도 걸리는데 반해 S80 D5는 7-8초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시속 100km/h 이후에서도 S80 D5는 맹렬하게 가속하면서 그랜저, K7 2.4 모델을 말 그대로 점으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서도 연비는 종전 205마력 엔진이 탑재된 S80 D5보다 더 좋아졌으니 게임 용어로 말하면 다재 다능한 먼치킨 수준의 능력을 갖춘 엔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만일 서울에서 부산까지 철저하게 정속 주행한다면 리터당 30km/l이상 바라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45mm 피렐리 P제로 로쏘 타이어, 볼보 Four-C 시스템

 

 

본래 볼보 S80 D5 모델은 225/50/17 타이어와 17인치 휠이 장착되어 있었지만 제가 시승한 볼보 S80 D5 모델은 245/40/18 피렐리 P제로 로쏘 타이어와 18인치 휠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타이어 접지면적이 20mm 더 늘어나고 거기에 마른 노면에서 최고의 접지력을 발휘하는 UHP 타이어가 적용되어 어지간한 와인딩 로드에서는 타이어 스키드음 조차 허용하지 않고 롤러코스터처럼 돌아나갑니다.

 

S80 D5는 전륜구동 디젤 세단입니다. 직렬 5 기통 디젤 엔진은 부피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보면 언더스티어가 발생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245mm UHP 타이어 덕택에 언더스티어 발생 시점을 최대한 늦춰 높은 코너링 성능을 확보했습니다.

 

볼보 S80 그 중에서도 S80 상위 모델에 적용되는 Four-C는 최상급 S80 T6에 적용되었던 전자식 서스펜션 제어시스템이며 본래 D5에서는 이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2013년 하반기 출시한 215마력 S80 D5 모델이 출시되면서 서스펜션 감쇄력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볼보의 Four-C가 탑재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2014년 들어서면서 다시 Four-C 시스템이 빠졌네요.

 

 

Four-C는 컴포트, 스포츠, 어드밴스드 모드 3가지로 운전자가 서스펜션 감쇄력을 설정할 수 있으며 순서대로 부드럽다고 보시면 됩니다. 현대기아차 기준으로 ECS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만 각 모드별로 감쇄력 차이가 ECS보다 크다는 특징이 있으며 어드밴스드 모드에서는 승차감을 크게 희생했지만 스티어링휠을 급격히 돌려도 롤링이 거의 발생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볼보는 대체로 스티어링휠 기어비가 크게 설정되어 스티어링휠 반응이 둔하고 경쟁 모델인 BMW 5 시리즈, 아우디 A6 보다 스티어링휠을 더 많이 돌려야 합니다. 최근 출시되는 승용차들이 록-투-록 3번 미만으로 끝낼 수 있는데 반해 볼보 S80은 록-투-록 3턴이 넘습니다. 엔트리 모델인 S60 그리고 V40 또한 S80 만큼은 아니더라도 스티어링휠을 많이 돌려야 합니다.

 

바닥으로 가재가 떨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의 볼보가 존재했을까?

 

볼보는 적어도 탑승자의 생명을 지켜주는 안전에 있어서 만큼은 어느 자동차 브랜드보다도 우위에 있으며 신차를 개발할 때 탑승자의 안전에 신경을 쓰는 브랜드입니다. 심지어 2003년에 출시한 초대 XC90과 2006년에 출시한 S80은 IIHS에서 최근 도입된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 오래된 모델 맞어? 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승객석 공간을 훌륭하게 확보하면서 최고 등급을 획득하였습니다.

 

대다수의 완성차 업체들이 IIHS 또는 NHTSA 그리고 유로앤캡 등 세계 각국에서 제시한 충돌테스트를 기준으로 바디구조를 설계하는데 2003년에 출시한 XC90 그리고 2006년에 출시한 S80은 그 당시 스몰오버랩 테스트조차 없었습니다. 스몰오버랩에 대응이 되지 않은 다른 수입차와 국산차는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 형편없는 점수를 받았는데 안전을 내세운 볼보는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1924년 가브리엘슨, 구스타프 랄슨이라는 볼보 창업주가 점심식사를 위해 준비한 가재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아마 현재의 볼보는 없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외피가 단단한 가재는 바닥에 떨어져도 멀쩡히 살아 있었고 여기에 착안하여 탑승자의 안전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자동차를 개발하게 되며 2003년과 2006년에 출시한 XC90, S80 모델이 처음 테스트할 당시 완성차 업계의 저승사자 테스트라고 평가된 IIHS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 거뜬히 만점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볼보가 내세우는 안전이라는 철학 때문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볼보 S80 D5 모델에 대한 시승기는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다음에는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S80 T5 시승 소감을 작성해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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