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 시리즈, 메르세데스 AMG, 아우디 S, RS... 자동차에 관심 있다면 아 독일 3사 고성능 브랜드구나 라는 걸 대번 알 수 있습니다. 고성능 브랜드 역사 자체는 AMG가 가장 오래됐지만 처음부터 벤츠 산하는 아니었고 AMG가 벤츠로 완전히 종속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1990년 메르세데스-벤츠가 AMG 지분을 인수하면서 비로소 벤츠를 대표하는 고성능 브랜드가 됐죠.


벤츠와 다르게 BMW는 각종 레이스 대회에서 참여해 얻은 데이터를 자사의 레이스카 또는 고성능모델에 접목시키고자 1972년 5월 런칭했으며 이후 레이스카인 BMW CSL 3.0을 시작으로 1978년 M 시리즈 최초 양산형 모델 M1을 선보였습니다. 엔진룸을 시트 뒤쪽에 배치한 미드십 구조에 6기통 독립 스로틀... 최고출력 277마력, 최대토크 33kg.m의 힘을 내는 3.5L 가솔린 엔진은 19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M1의 성능은 엄청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M1을 시작으로 BMW는 자사가 생산하는 대부분의 모델에 탑 퍼포먼스 모델 M 라인업을 추가합니다. 그리고 모터스포츠와 양산차 업계 통틀어 BMW 고성능 브랜드 M을 빼놓고 자동차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BMW M을 노골적으로 벤치마킹하는 현대 N



잘 아시다시피 현대차그룹은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와 함께 고성능 브랜드 N을 런칭했습니다. BMW M이야 모터스포츠를 뜻하는 글자입니다만 현대 N은 남양연구소의 영문 첫글자 N을 따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현대 N... 처음에는 이해가 안됐지만 제가 기자로 재직하던 시절 현대 제네시스 등 현대기아차 신모델 런칭할 때 방문하고 현대기아차 R&D 모터쇼를 통해 남양연구소를 방문하면서 왜 N이라고 명명했는데 이해가 됩니다. 현대기아차의 모든 기술이 집약된 곳이 바로 남양연구소이기 때문이지요. 뿐만 아니고 현대차 측은 N이 레이스트랙을 의미한다고도 한다니 이름을 떠나서 N 이라는 고성능 브랜드를 믿어보려고 합니다.


현대차는 고성능 브랜드 N을 단순 말장난이 아니란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2014년부터 WRC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같은해 송도 스트릿 서킷에서 더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모터스포츠 붐을 조성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5년 약 30년 동안 BMW에서 근무하면서 BMW M 연구소장을 역임한 알버트 비어만을 영입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서울모터쇼에서 벨로스터를 미드십 레이스카로 개조한 RM15를 공개해 고성능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현대차가 고성능 브랜드 N을 런칭하는 과정을 잘 보시면 BMW가 고성능 브랜드 M을 런칭한 흐름과 비슷하죠. BMW처럼 모터스포츠를 통해 경험을 쌓고 데이터를 얻고 더 좋은 레이스카를 만들고 그리고 레이스에서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양산차에 접목시키고... 현대차가 N 브랜드를 런칭 이전부터 BMW M을 철저하게 연구한 듯 합니다. 특히 남양연구소 고성능 부문 개발 총괄 부사장에 BMW M에서 근무하며 기술개발을 주도한 알버트 비어만을 임명하니 뭐 이 정도면 노골적으로 BMW 따라한다고 볼 수 있겠죠. 벤치마킹이라고 하지만 BMW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현대가 더더욱 싫어지겠네요^^;


하지만 후발주자인 현대차 입장에서는 고성능 브랜드를 가장 성공적으로 런칭한 BMW M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성과를 낼 수 있고 앞서 건 선도 업체들을 더 빨리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현대 N 고유 벤치마킹에 끝나지 말고 고유 색깔을 입혀야



2015년 4월 서울모터쇼 행사때 열린 현대차 고성능차 토크쇼에서 현대 벨로스터를 2도어 쿠페 형태로 바꾸고 미드십으로 개조한 RM15라는 컨셉카를 발표했습니다. RM15는 2.0 T-GDI 엔진이 탑재됐으며 성능 위주로 튜닝된 엔진으로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9kg.m의 높은 성능을 냅니다. 


높은 성능을 내뿜는 엔진과 함께 알루미늄합금, CFRP 소재를 복합적으로 적용한 RM15는 공차중량이 1260kg에 불과해 0-100km/h까지 걸리는 시간은 4.7초에 불과합니다.


현대차는 당시 RM15를 공개하면서 미드십으로 개조한 이유에 대해 “중량 배분과 요잉 특성이 유리할수록 빠르고 안정적인 선회가 가능하며 여기에 가장 만족스러운 해답은 미드십 레이아웃이 가장 적합하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어떻게 보면 BMW와 흐름이 유사합니다. BMW는 M 출시 이전부터 모터스포츠에서 축척된 경험과 데이터 노하우를 바탕으로 1972년 M을 설립했고 그들의 첫 작품 M1 또한 미드십 레이아웃이죠. 


다만 현대 RM15가 N 브랜드 공식 런칭하면서 등장한 것과 다르게 M1은 M 브랜드 런칭 이후 6년 뒤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아마도 서킷 뿐만 아니고 공공도로에서 달릴 수 있는 양산형 모델이기 때문에 다양한 주행환경에서 검증테스트를 오랫동안 한 듯 합니다.(양산형이라고 해도 6개 독립스로틀은 참 무섭군요)



현대차 고성능 N 브랜드는 유럽전략형 해치백 모델인 i30에 처음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아직 출시되진 않았습니다. 현재 판매되는 i30이 2011년에 출시한 상태인데요. 요즘 자동차 모델체인지 주기가 5년으로 짧아지고 있는 만큼 어쩌면 현행 i30 N 모델은 후속 모델부터 출시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양산형 모델이기 때문에 검증도 그만큼 더 길어지겠죠.


저는 i30 N 보다 향후 출시될 제네시스 브랜드 속의 고성능 N 모델이 출시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렉서스 IS-F 이런 것처럼 말이죠. 알버트 비어만을 영입했으니 현대차 일반 모델은 물론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고성능 N 모델이 추가될 거라 생각되는데요. 제네시스 N 모델의 경우 서스펜션, 엔진, 스티어링휠 반응, 배기음 등을 더욱 신경 써서 세팅해야 할 겁니다. i30 N 같은 모델이야 작고 컴팩트한 해치백 모델이기 때문에 20-30대 젊은 운전자들 중심의 모델이 되겠지만 제네시스 N 모델은 40대 이상 중 장년층 분들 구매 비율이 높을 거라 예상되거든요. 이런 분들은 때로는 편안하게 탈 수 있도록 자극적이지 않은 배기음 그리고 어느 정도 부드러운 서스펜션 셋팅도 고려해야 할 겁니다. 


밑에 작성한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칼럼에서도 현대차 고유의 색깔을 입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단순히 벤치마킹만 하지 말고 자사 고유의 색깔을 내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 색깔은 남이 제시한 걸 따라하는게 아니고 현대차그룹이 스스로 연구하고 찾아야 합니다. 비단 현대차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이런 색깔이 없는게 가장 큰 문제이지만요.


독일 럭셔리브랜드 3사의 고성능 디비전은 대부분 아시겠지만 벤츠 AMG, BMW M, 아우디의 RS 입니다. 그리고 렉서스는 F라는 명칭이 있습니다. 렉서스의 F의 뜻은 일본 후지 스피드웨이의 약자입니다. IS-F를 포함한 렉서스의 고성능 모델은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IS-F는 3년전 자유로에서 시승해 보았습니다. 그때 다른 블로거분들과 같이 시승했는데요. 시승구간이 자유로 왕복주행이라 IS-F의 모든 부분을 알지 못했지만 타보고 느낀 소감은 외유내강(外柔內剛) 이 딱 어울리는 차량이라 생각됩니다.

 

IS-F 이전에 시승한 차량이 아이러니하게도 BMW M3 라서 은근히 두 차량이 비교가 되었는데요. IS-F는 세단의 편안함이 우선이었다면 M3는 편안함은 버리고 오직 스포츠주행에 특화된 셋팅입니다. 기어비만 봐도 M3는 시속 100km/h에서 2500rpm이나 되는 가속형 기어비인데 IS-F는 시속 100km/h 주행시 1500rpm 살짝 넘는걸로 기억합니다.

 

일단 기어가 M3는 6단 이고 IS-F는 8단 이라는 차이도 있지만 M3는 스포츠주행 위주로 셋팅되었습니다. 그래서 M3는 크루징시 은근 시끄러운 편이고 IS-F는 배기음이 유입되지만 M3에 비하면 상당히 조용합니다. M3는 쉬프트다운 하면서 급가속시 변속시마다 껄떡거리는 느낌이 있지만 IS-F는 상대적으로 얌전합니다.

 

IS-F의 뒷모습입니다. 기존 IS250과의 차별화 때문인지 뒤에서만 보면 쿼드머플러라고 착각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실제 엔드머플러는 두개입니다. 엔드머플러 하나에 두개씩 배기구로 나눠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IS-F에 적용된 423마력 V8 5.0L 엔진입니다. 컴팩트한 차체에 부피가 큰 V8엔진을 넣으니 엔진룸이 꽉차보입니다. 컴팩트한 차체에 423마력의 고출력 엔진이 적용되었으니 가속력은 말이 필요없습니다. 목이 꺾인다는 표현 딱 어울리더군요. 가속력도 가속력이지만 수동기반 듀얼클러치 미션도 아니면서 변속 속도가 엄청나게 빠릅니다. 그러면서도 DSG나 DCT와 달리 변속시 꿀렁거리는 느낌이 거의 없었습니다.

 

렉서스는 IS-F 나올당시에 타협없이 렉서스의 모든 기술력을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IS-F의 8단 변속기는 전세대 렉서스 기함인 LS460에 적용된 변속기를 스포츠주행에 맞게 미션의 클러치 컨트롤 및 토크컨버터를 바꾸었다고 합니다. 렉서스가 밝힌 변속속도는 늦어도 0.2초 이내에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 IS-F가 폭스바겐 DSG나 포드 포커스에 적용된 DCT보다 오히려 더 변속속도가 빨랐던 걸로 기억합니다. 

 

서킷, 와인딩등 스포츠주행에 적합하도록 서스펜션은 당연히 단단하지만 무작정 단단하지는 않게 서스펜션 감쇄력을 셋팅한 듯 싶습니다. 시트는 보시다시피 버켓시트입니다.

 

  

뒷좌석 또한 기존 IS250 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엉덩이 쿠션이 더 두텁게 느껴졌고 탑승자가 착석하는 부분이 앞좌석과 마찬가지로 알칸테라로 마감되었습니다.

 

대부분 긴 직선구간인 자유로라 핸들링이 어떻다 라는걸 평가는 못하겠지만 핸들 그립감 자체는 좋았습니다. 아쉬운게 있다면 스티어링휠 아래 F 앰블럼과 푸른색으로 마간된 부분은 그냥 없애는게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됩니다.

 

IS-F의 실내사진입니다. 센터페시아 인테리어는 사실 시승할 당시에는 무난했었는데 지금보니까 약간 고전적인 느낌도 나네요 아무래도 올해 신형 IS모델이 출시되면서 더더욱 그런느낌이 있는듯 하네요.

 

IS-F에 적용된 스포츠페달

 

IS-F 계기판입니다. 고성능 모델을 상징하는 또 한가지가 있죠. 바로 속도계 대신 타코미터가 큼직하게 자리잡는것...... 렉서스 IS-F도 이러한 전통을 따랐습니다.

 

렉서스 IS-F 도어트림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윈도우 스위치 주변재질이 카본입니다. 눈에 확 띄죠.

 

렉서스 IS-F는 BMW M3와 비슷한 고성능 모델이지만 지향점은 확실히 다릅니다. BMW M3가 철저히 스포츠주행에 우선순위를 두었다면 IS-F는 편안한 주행을 전제로 감춰진 질주본능을 운전자가 느낄 수 있도록 타협을 이루었습니다. 가속력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빠른 변속속도는 인상적이었지만 조금 밋밋한 그런 느낌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본래 태생이 세단인 만큼 어떻게 보면 IS-F의 편안함 속의 감춰진 질주본능을 느낄 수 있는 렉서스의 의도 또한 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렉서스 IS가 올해 풀모델체인지 했습니다. 이미 올해 바뀐 신형 IS250 시승기가 올라오고 있는데요. 아쉬운 것은 IS-F는 신형모델이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마도 판매부진이 가장 큰 이유라 생각되겠죠. 신형 IS250 에서 스포츠트림인 IS250 F스포츠를 선택할 수 있지만 겉부분하고 서스펜션 감쇄력 그리고 인테리어 일부분만 바뀌는데 불과합니다. 아마 IS-F는 아마 제 생각에는 신형모델이 나오긴 힘들듯 하네요. 고유가로 인한 연비우선, 그리고 이산화탄소 배출규제로 인한 환경이슈로 인해서요.

 

이번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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