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군산공장이 22년 만에 폐쇄됐습니다. 1996년 설립되어 대우차 컴팩트 세단 누비라를 생산했던 군산공장은 당시 수작업 비율이 낮고 자동화율이 상당히 높았던 최첨단 공장이었습니다. 당시 대우차가 밝힌 연간 최대 생산능력은 32만대라고 알고 있습니다.


군산공장은 누비라 시리즈를 시작으로 라세티, 라세티프리미어, 그리고 쉐보레 브랜드로 변경된 이후 크루즈를 주력으로 생산했던 공장입니다. 이 외에 누비라와 플랫폼을 공유했던 레조, 그리고 크루즈와 플랫폼을 공유한 올란도를 병행 생산한 공장이기도 합니다.


그랬던 군산공장이 5월31일 이후 단 한 대의 자동차도 생산하지 않는 유령공장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높은 자동화율을 자랑했던 군산공장이 왜 폐쇄 되었을까요? 


크루즈로 흥하고 크루즈로 망하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군산공장은 부평공장처럼 생산하는 차종이 많지 않았습니다. 유럽 기준으로 C세그먼트(준중형) 세단 또는 해치백을 주로 생산했는데요. 군산공장에서 가장 많이 흥했던 차가 바로 2008년 하반기 출시했던 라세티프리미어 즉 1세대 크루즈였습니다.


크루즈 즉 라세티프리미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른 포스팅으로 올릴 예정이지만 처음 나올 당시에 참 대단한 모델이었습니다. 


대우차가 과거부터 현대기아차와 비교해 고속주행안전성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크루즈는 구형 모델 라세티와 비교해 고장력강판 비율을 크게 높였고 하드한 서스펜션 셋팅과 정교한 스티어링휠 반응이 빠르고 정교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높은 장점과 함께 높은 단점도 부각되어 문제도 적지 않았던 모델이기도 합니다. 특히 크루즈 1.6 가솔린 모델의 고질적인 힘딸림과 낮은연비 그리고 일명 보령미션으로 알려진 미션결함 등은 크루즈의 발목을 크게 잡았습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크루즈는 모델체인지 주기가 늦어도 너무 늦었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차 아반떼의 경우 크루즈 데뷔년도인 2008년에 아반떼HD가 생산됐습니다. 그리고 2010년 하반기 아반떼MD가 생산되기 시작했고 2015년 하반기에는 아반떼AD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반면 1세대 쉐보레 크루즈가 2008년 하반기 출시했고 2017년 상반기까지 판매됐죠. 경쟁사가 두 번 모델체인지할 때 크루즈는 모델체인지 하지 않고 상품성 개선과 페이스리프트로 버텼으니...당연히 판매량이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군산공장 가동률 또한 크루즈 판매량이 하락한 2013년 이후부터 서서히 떨어졌던 걸로 기억합니다. 뭐 다른 이유도 많고 일부 네티즌들은 한국지엠 노조 탓이라고 하는데 노조 탓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2017년 상반기에 출시한 신형 크루즈는 모든 게 바뀌었고 상품성도 좋았지만 가격논란 그리고 딱히 뛰어난 장점이 없어 판매실적은 처참했죠. 


맨 위 영상 후반부 보시면 제가 곧 국내 출시될 이쿼녹스를 언급했는데요. 이쿼녹스는 현재 판매되는 신형 크루즈와 플랫폼을 공유하기 때문에 신형크루즈와 같이 생산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서 이쿼녹스가 당초 군산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지만 나중에 미국 수입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미국 수입으로 바뀌면 엔진오일, 각종 필터류 등 소모품 비용이 상승해 운전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보험 또한 수입차로 분류되어 인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쿼녹스는 싼타페와 투싼 중간급 크기의 중형 SUV 모델인데요. 1.5L 가솔린, 1,6L 디젤 엔진이 주력이기 때문에 배기량으로 세금 부과하는 우리나라에서 이쿼녹스는 높은 판매량을 유지가 가능해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쉐보레 중형 SUV 이쿼녹스가 군산공장에서 조립 생산했다면 최소한 군산공장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는 피했을 겁니다.


군산공장이 쌍용차처럼 다시 정상화될지 아니면 다른 기업이 인수할지는 미래는 모릅니다. 어제부터 6.13 지방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군산시에서도 군산공장을 다시 살리겠다. 재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많은 후보들의 공약이 걸려 있었는데요.


글쎄요. 당장 실현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네요. 이번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군산공장 정문옆 주차장인데 항상 만차였던 주차장이 저렇게 텅텅빈 걸 보니 착잡하네요.




미국 제너럴 모터스(GM)는 13일 오전 한국지엠의 군산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하면서 5월 말까지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쉐보레 크루즈 생산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GM이 군산공장 폐쇄 이유는 지난 몇 년 동안 심각한 손실로 인한 사업구조 개선 그리고 해가 갈수록 낮아지는 군산공장 가동률이 근거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노조와 지자체는 "일방적인 GM본사 통보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는데요.



GM본사와는 별도로 한국지엠은 부채 2조7000억 원을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단순한 희망사항일뿐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한 플랜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번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드디어 올게 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실 한국지엠 철수 이야기는 과거에도 꾸준히 제기된 문제였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 후 다른 사업장도 모두 철수할까요? 제가 한국지엠 철수에 관한 3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첫번째 - 완전철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그리고 10년 전 우리나라에서 겪었던 사례이기도 하죠. 바로 쌍용자동차를 먹튀한 상하이자동차 사례입니다.



과거 쌍용차를 인수했던 상하이차는 인수후 쌍용차 신차개발 투자는커녕 4년 동안 쌍용차의 디젤 파워트레인 기술력을 유출해 훔친 사실이 발각됐습니다.


이에 상하이차는 2009년 법정관리 신청후 경영권을 포기하고 떠나게 되는데요. 쌍용차는 2010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인수하기 전까지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메리 바라 CEO 등 GM 임원진들이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GM이 완전하게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쌍용차 사례와 다른 점이 있다면 GM은 그래도 국내에 투자한 요소가 많습니다.


한국지엠에서 투자해 설립한 부평에 GM  디자인센터가 있으며, 소형차 개발을 한국지엠이 담당했습니다.


또한 쌍용은 평택공장 하나뿐이지만 한국지엠은 부평공장, 군산공장, 창원공장 3곳이 있습니다.


따라서 완전 철수를 단행할 경우 GM 입장에서도 부담이 커지는데요. 한국지엠이 소유한 공장과 건물 그리고 토지가 순조롭게 매각된다면 모를까? 그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두 번째는 적자 심한 설비 폐쇄하고 나머지 시설은 유지



GM은 5월 말까지 군산공장을 폐쇄한다고 방침을 밝혔습니다. 가동률이 워낙 낮은 공장이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인데요.


그렇다면 나머지 부평공장, 창원공장은 어떨까요?


일단 부평공장은 그대로 존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지난해 한국지엠에서 트랙스 후속을 부평에서 생산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국지엠 공장 중에서 부평이 가장 규모가 큰 만큼 완전한 정리보다는 생산라인은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따라서 GM에서는 군산공장 등 가동률 낮고 적자가 심한 사업은 정리하되 아직 생산할 가치가 높은 부평이나 창원은 그대로 존속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완성차는 아니지만 반조립 상태로 수출하는 CKD 물량 비중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데 GM 입장에서는 CKD 물량을 무시 못 하는 수준입니다.


마지막은 GM이 요구한 대로 한국정부에 자금 지원을 받는 경우



이 경우 한국지엠 임직원 입장에선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국민 전체 입장에서 보면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습니다.


GM은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 계획에 28억 달러 투자가 필요하며, 산업은행이 가진 지분율에 맞춰 5000억 원 우선 증자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데요. 한국정부 또한 GM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 특정 기업에만 특혜를 주고 국민 세금을 GM에 그대로 바치는 걸로 비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GM에서 요구한 안대로 정부에 금전지원은 현실적으로 힘들겁니다.


아무튼 군산공장 폐쇄는 기정사실화 됐으니 근로자뿐만 아니라 보령 자동변속기 공장 등 군산공장에 자재를 납품 협력, 하청업체도 피해를 입게 됐습니다.



기존에 쉐보레 크루즈를 구매해 소유하는 소비자들도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게 됩니다. GM은 군산공장 포함해 서비스센터를 외주로 돌린다고 밝혔는데요. 이렇게 되면 양질의 A/S를 받기가 힘들어집니다.


중고차시세도 영향을 받게 되어 전반적으로 쉐보레 차량의 감가상각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크루즈는 매입가격이 꽤 많이 낮아질 거라 생각됩니다.

중고차 매입시세가 더 낮아지기 때문에 크루즈 소유주들은 더 낮은 가격에 중고차를 팔 수 밖에 없습니다.


GM, 세계 각국에 자금지원을 받고 먹튀한 사례 여러 번 있다.



GM이라는 자동차 브랜드는 미국 빅3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컸습니다. 우리가 알던 쉐보레 외에도, 캐딜락, 뷰익 등의 고급 브랜드가 있으며, 지금은 사라진 새턴과 폰티악 등의 브랜드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유럽에서는 오펠이 대표적인 GM 산하 브랜드였죠.


하지만 GM은 2008~2010년 사이에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되는데요.


이 시기에 미국은 부시 대통령에서 오바마 대통령으로 바뀌는데요. 오바마 정부는 GM의 재정지원 요청을 거절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조건과 노조의 고용승계 및 우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습니다.


GM은 처음에는 이 안을 거절했지만 GM 릭 왜고너 회장이 사임하면서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였고 결국 2009년 5월31일 파산, 2009년 6월 1일 미국 정부가 GM에 최대 500억 달러를 투자해 GM의 지분 60% 소유하게 됩니다.


GM이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데요. 새턴과 폰티악 등의 브랜드는 사라지고 유럽의 오펠 또한 최대 8300명의 근로자를 해고하고 벨기에 브뤼셀 공장을 폐쇄합니다. 그러면서도 당시 독일 포함한 EU 각국에 최대 27억 유로(당시 환율로 4,3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이렇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전세계 금융위기가 지속되면서 GM을 포함한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파산 등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당시 GM대우만 홀로 흑자행진을 이어가면서 GM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 GM대우가 쉐보레로 브랜드를 사용하게 되고 한국지엠 주식회사로 사명을 교체했습니다.



위 사진은 당시 한국지엠 주식회사 사장 마이크 아카몬의 쉐보레 브랜드 발표한 장면입니다. 


당시 마이크 아카몬 사장은 쉐보레 브랜드 도입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국 이해관계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제공한다고 약속했는데요. 이때가 아마 2011년 3월쯤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이제 한국지엠이 군산공장 폐쇄하고 완전히 떠날 수도 있다고 하니 참 생각이 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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