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나왔던 할리우드 영화 데몰리션맨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운전자가 네비게이션을 통해 목적지를 입력하면 목적지 근처까지 알아서 주행합니다. 그리고 운전자는 자동차와 탑재된 인공지능 컴퓨터와 대화하면서 이동하다가 목적지 근처에 도착해야 비로소 스티어링휠을 잡고 운전합니다.
데몰리션맨을 처음 볼 때는 2030년으로 워프한 악당을 잡기 위한 액션에 푹 빠져 자동차 주행부분은 별로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계속 보니 악당 잡는 과정보다 이런 자율주행 장면을 계속 보게 되네요. 보면서 느낀 건 데몰리션맨에 나오는 자동차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자율주행기술이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데몰리션맨에 나오는 자동차처럼 목적지 입력하면 완벽하게 알아서 주행하는 수준에 이르려면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야 할까요? 점치기 어렵지만 제 생각엔 아마도 적어도 2040년 이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기술발전이 생각보다 빠른 세상인데 자율주행차 완성 단계를 너무 늦게 예상하는거 아닌가? 라고 의문을 제기하시겠지만 완벽한 자율주행차가 되기 위한 벽은 생각외로 높고 가파릅니다.
NHTSA 기준 0-4단계까지 나누어진 자율주행차 단계
자율주행차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가장 많은 자율주행차가 실험하는 미국에서는 자율주행차 기술 수준을 여러 단계로 나눴습니다. NHTSA(미국고속도로교통안전국)에서 나눈 기준이 가장 대표적인데요. 단계별로 나눈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0단계-자동화 기술 없는 자동차
말 그대로 자동화운전 기술 자체가 없는 자동차입니다. 현재까지 생산되는 대다수 자동차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모든 조작은 수동으로 하고 브레이크 엑셀레이터 페달 조작도 오직 운전자의 몫입니다. 심지어 수동변속기 차량은 속도에 맞춰 변속도 수동으로 해야 합니다.
파워윈도우, 간헐식 와이퍼, 파워스티어링 등의 편의장비를 탑재했지만 이들 편의장비는 주행조작과는 관련 없기 때문에 0단계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단계 - 특정자동화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유지시스템, 충돌위험시 자동 브레이크 제어기술 등 운전자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기술이 적용된 차량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고속도로에서 스티어링휠을 놓고 운전하면 차선을 벗어날 위험이 있는데요. 이때 단순히 경고음만 울리지 않고 스티어링휠이 스스로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조금씩 스스로 조작하고 전방충돌이 예상되는 경우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아 사고를 방지하는 기능이 있는 차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2단계 - 복합 자동화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
1단계 기술이 탑재된 상태에서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고 브레이크를 제어하는 기술이 적용된 경우가 여기에 포함되며 스티어링휠도 단순히 차선을 유지하는 기능은 물론 스스로 장애물을 회피하는 등 더욱 다양한 기능을 갖춘 경우가 2단계입니다. 고속도로, 외곽도로를 주행하는 상황에서 운전자의 직접적인 통제 없이 스스로 주행 가능한 경우이며 국산차 중에서는 현대 제네시스, 제네시스 EQ900 기아 K9 수입차는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 BMW 7 시리즈 등 일부 대형세단이 여기에 속합니다.
3단계 – 제한적인 수동 제어만 허용하는 자율주행차
영화 데몰리션맨처럼 목적지 입력하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가 여기에 속하지만 운전자의 통제를 벗어난 것은 아닙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자율주행차가 완벽히 위험상황을 벗어날 수 없는 경우 불가피하게 운전자의 조작을 필요로 하고 또한 GPS 수신을 받지 못하거나 방해전파 때문에 수신이 원활하지 못한 좁고 복잡한 시내도로나 터널구간에서는 여전히 운전자의 수동조작을 필요로 합니다.
2단계와 3단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도로정보를 받고 모니터링하는 능력입니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는 목적지까지 입력하면 방해물을 회피하고 막힌 구간을 우회해 스스로 주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현재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많이 자율주행차를 연구하고 있는 단계가 3단계이며 3단계 자율주행차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3단계도 완벽한 자율주행기술은 아니며 또한 관련 알고리즘이 아직 완전하게 구축되지 않아 사고위험이 얼마든지 존재하죠. 최근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버스와 접촉사고를 일으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버스사고 뿐만 아니라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무려 13번이나 사고를 낼 뻔한 전례도 있었습니다.
3단계 자율주행기술은 앞으로도 오랜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완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세계에서 발생한 자동차 사고사례 데이터를 근간으로 사고예방을 위한 알고리즘을 접목시켜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4단계 – 운전자가 전혀 조작하지 않는 자율주행차
운전자가 전혀 운전하지 않고 마치 가전제품처럼 목적지 입력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동차가 알아서 스스로 주행하는 단계입니다. 한마디로 이 정도 수준이면 자동차가 아닌 편안한 이동수단이라고 볼 수 있고요. 운전석에서 스마트폰 보면서 게임·동영상 마음껏 즐기고 심지어 차에서 자도 아무런 문제없는 단계라고 볼 수 있죠. 게임으로 따지면 자율주행차 최종보스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갈 동안 4단계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단계까지 가기에는 난관이 너무 많고요. 무엇보다도 완전한 4단계 자율주행차 세상을 맞이하려면 안전을 위해 운전자는 운전 자체를 하지 말아야 않아야 할 겁니다.
아마 4단계 자율주행차는 최소한 2040년 이후가 되어야 보급될 기술이라고 보고 있고요. 일부에서는 4단계는 아마 운전의 필요성과 즐거움을 원하는 운전자들 때문에 시험 수준에서만 그칠 것이다. 라는 전망도 하고 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질 듯해서 이번 글에서는 NHTSA가 제시한 자율주행차 기술의 단계까지만 올리겠습니다. 지난 7일 현대 제네시스 자율주행차가 시험 허가를 나서 실제도로를 달리게 됐는데요. 다음에는 국내 정부의 지원사업이나 자율주행차 실험 시설 등에 관해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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