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승기도 그냥 평어체로 쓸게요. 평어체로 쓰니 확실히 빨리 쓸 수 있어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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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디젤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다. 디젤차가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배출 주범으로 낙인찍혔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디젤은 가솔린, LPG 대비 연비가 뛰어나고 이산화탄소를 약 20% 정도 적게 배출해 클린 디젤이라는 친환경 이미지까지 갖췄다.
하지만 이러한 클린 디젤 이미지가 송두리째 날아간 거대한 사건이 발생했다. 글로벌 넘버 1-2위를 다투는 거대한 기업이 소프트웨어로 배기가스를 조작하다 미국에서 발각된 것이다. 그리고 그 기업은 바로 폭스바겐이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조작일 안했어도 디젤 논란이 이 지경 수준으로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는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시중에 파는 유로 6 디젤차 대부분이 실제 도로 테스트에서 유로 6 기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초과한다는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됐다.
따라서 굳이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사건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디젤차 질소산화물 배출량 논란은 터졌을 거라 짐작된다. 이 글은 디젤차 관련 칼럼을 쓰는 게 아니니 여기까지 줄이겠다. 어쨌든 폭스바겐은 지구촌 공공의 적이 됐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격...
독일 브랜드지만 북미 대륙에서 탄생한 중형세단
이 차는 2년 전에 시승했었다. 지금은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됐지만 익스테리어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은 그대로 이어진다. 다만 파워트레인이 동일하다고 해서 구형 모델과 100% 모든 부품을 그대로 쓴다는 보장은 없다.
예를 들어 현대기아 1.6 T-GDI 엔진의 경우 벨로스터, K3 쿱에 먼저 탑재된 후 아반떼 스포츠에 탑재됐고 스펙도 동일하지만 인터쿨러 배치와 엔진 배선, 엔진마운트 등 부품이 적지 않게 변경됐다. 부분변경 후 판매되는 파사트를 아직 보지 못했지만 아마 개선이 필요한 부품은 더 좋은 부품으로 변경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폭스바겐의 중형세단 파사트는 국내에서 디젤과 가솔린 엔진을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가솔린만 판매한다. 원래 2.5L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 판매됐지만 2013년 이후 1.8 TSI 엔진으로 변경됐다. 내 기억에 이 엔진은 2년 연속 워즈오토 10대 엔진상에 수상한 걸로 기억한다.
사실 이 엔진은 스펙만 보면 별 감흥 없다. 대부분의 경쟁사는 파사트 1.8 TSI 엔진보다 더 낮은 배기량으로 더 높은 출력과 토크를 낸다. 출력과 토크만 따지면 파사트 1.8 TSI 엔진은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런데 파사트 1.8 TSI를 직접 운전해보니 “어? 이 엔진 기대 이상이네!” 라고 감탄했다.
TDI의 경우 수동기반 듀얼클러치 변속기인 DSG가 탑재되지만 1.8 TSI는 6단 팁트로닉 변속기가 탑재된다. 말이 팁트로닉이지 토크컨버터 있는 일반 자동변속기라고 보면 된다.
25.4kg.m에 달하는 높은 토크가 1,500rpm부터 터져 나온다. 그래서일까? 현대기아차 LF 쏘나타, K5 2.0 CVVL 모델과 비교해서 기어비가 작게 설정됐다. 특히 3단 기어비가 유난히 작은데 3단에서 시속 160km/h까지 커버한다. LF 쏘나타, K5의 경우 3단에서 130km/h 속도 영역만 커버한다.
그럼에도 가속력은 기대 이상으로 좋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는 제시한 0-100km/h 수치는 8.7초 계기판 기준으로는 더 빠르게 가속된다. 부드러우면서도 반응이 즉각적으로 잦은 급 가속시 변속 단수가 오락가락하면서 순간적으로 차가 꿀렁거리는 변속 히스테릭 현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연비도 기대 이상이다. 비록 트립 연비지만 시속 80-100km/h 정속주행시 리터당 20km/l는 훌쩍 넘는다. 다만 폭스바겐의 경우 이전부터 트립 연비와 실제 연비 오차가 크기 때문에 트립 연비는 그냥 참고만 하자.
이 엔진의 장점은 터보 엔진임에도 일반휘발유를 권장한다. 북미 기준으로 옥탄가 87기준의 레귤러 휘발유 국내에서도 고급휘발유를 굳이 주유할 필요가 없다. 직분사 엔진 특성상 노킹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엔진은 일반휘발유만 주유해도 노킹 문제없으니 안심하라고 폭스바겐 관계자가 말했던 기억이 난다. 뭐 일단 그 말 믿어보기로 한다.
편안함에 중점을 둔 셋팅
유럽은 대체로 제한속도가 높으면서도 좁은 골목길이 많기 때문에 빠른 스티어링휠 반응과 단단한 서스펜션을 적용하지만 미국은 대륙 횡단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도로가 쭉 뻗어 있으며 제한속도가 대체로 낮아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선호한다.
파사트 1.8 TSI는 유럽이 아닌 미국에서 조립 생산된다. 미국 실정에 맞춘 모델이며 따라서 승차감도 부드럽다. 현지 특화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는데 반대로 우리가 미국 브랜드로 알고 있던 포드의 경우도 유럽 생산모델은 서스펜션이 단단하고 스티어링휠 반응이 빠르다.
아무튼 불규칙적인 요철 구간에서 파사트는 훌륭하게 충격을 흡수한다. 폭스바겐 집안 출신이지만 블라인드 테스트하면 미국이나 일본의 중형세단이라고 답변할 사람들 많을 것이다.
요 근래 르노삼성 SM6, 신형 말리부를 시승하고 동승해 봤는데 그 차들과 파사트를 블라인드 테스트한다면 말리부, SM6는 유럽 세단이라고 답변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 정도로 최근 출시되는 국내 중형차는 서스펜션이 단단해 승차감을 해친다는 느낌이 들 정도...
시승한 파사트가 부분 변경 이전에 시승한 모델이기 때문에 최근에 출시한 파사트 1.8 TSI는 서스펜션 셋팅이 변경될 수도 있다는 점 참고했으면 한다.
1.8 TSI 엔진 제외한 나머지는 극히 평범한 파사트
이 모델은 솔직히 말해 딱히 나쁜 구석은 없지만 특출난 장점도 없다.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성능도 아니고 실내공간 또한 좁지는 않지만 넓지도 않다. 뒷좌석 공간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LF 쏘나타, 신형 말리부보단 살짝 좁고 SM6보다는 넓다.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한 폭스바겐 파사트 1.8 TSI 만약 스포츠주행을 염두해 둔다면 이 모델보다는 차라리 최근 나온 국산 경쟁모델 특히 말리부 SM6가 서스펜션이 단단해 오히려 스포츠성향이 강하니 그걸 구매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하지만 편안함을 우선순위로 두고 패밀리세단을 구매한다면 파사트 1.8 TSI도 나쁘지 않다. 다만 가격이 좀 걸리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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