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작성한 폭스바겐 때문에 한 방에 무너진 클린 디젤의 후속 포스팅을 올려 보겠습니다. 참고로 폭스바겐 때문에 한 방에 무너진 클린 디젤 포스팅을 아직 못 보셨다면 아래 링크 클릭하시면 됩니다.

 

http://redzone.tistory.com/1550

 

폭스바겐이 TDI 엔진을 탑재된 디젤 승용차의 배출가스를 조작사태로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물론 디젤차의 본고장이라고 볼 수 있는 유럽에서도 디젤 엔진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독일에서는 큰 충격과 함께 이번 논란에 대한 책임을 현재 독일 정부가 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근거로 미국은 폭스바겐은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미국에 있는 모든 디젤 승용차에 대한 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만에 하나 폭스바겐이 아닌 다른 브랜드에서도 이러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전세계 자동차업계는 더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되며 특히 독일 경제는 폭스바겐 사태가 시발점이 되어 크게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 연합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인 독일의 경제가 흔들리면 나머지 유럽 국가의 경제도 흔들리게 되고 결론적으로 유럽 연합 국가 전체가 공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 예상 된다고 합니다.

 

미세먼지 이슈가 적었던 이유

 

질소산화물...... 말 그대로 질소하고 산소가 결합된 것을 질소산화물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자연 상태에서는 질소와 산소가 결합되는 경우가 흔치 않지만 고온 상태에서는 질소와 산소가 결합된 질소산화물이 생성되면서 인체와 동 식물에 해를 끼치게 됩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오래 전부터 자동차에는 삼원촉매가 탑재되어 질소산화물 등의 해로운 유해가스들을 정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디젤 엔진은 여기에 미세먼지까지 배출하기 때문에 DPF라는 필터에서 미세먼지를 포집하며 포집량이 많은 경우 연료 등을 분사하여 고온으로 태워 미세먼지 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이 DPF가 제대로 된 성능을 내려면 배기가스 온도가 높아야 합니다. 디젤 승용차를 소유하면서 순간연비를 모니터링 하신다면 갑자기 순간연비가 크게 낮아지는 경험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게 바로 DPF에 포집된 미세먼지를 태우기 위해 추가적으로 연료를 분사하는 겁니다.

 

문제는 이 배기가스 온도입니다. 배기가스 온도가 낮으면 미세먼지가 제대로 태워지지 않아 DPF에 쌓이고 결국 대기에 그대로 분출될 가능성도 높아지지만 배기온도가 너무 높으면 질소산화물 생성이 증가됩니다. 배기가스 온도가 높으면 그만큼 DPF에 미세먼지가 덜 쌓이게 된다는 이점과 동시에 질소산화물 증가라는 단점도 커지게 되니 어떻게 보면 디젤 엔진은 골 때리는 엔진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유로 5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이 0.18g/km인데 반해 유로 6는 0.08g/km으로 크게 강화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디젤 승용 또는 상용차들이 디젤 엔진 배기가스 온도가 미세먼지를 충분히 태울 만큼 배기가스 온도를 높였기 때문에 미세먼지 자체는 크게 이슈 되지 못했습니다. ICCT(국제청정교통위원회)에서도 질소산화물이 유로 6 기준을 크게 초과해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지 미세먼지 자체는 언급이 없었습니다.

 

질소산화물 저감 장치 중에서 SCR 성능이 가장 뛰어나지만.......

 

이런 규제를 맞추기 위해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질소산화물을 별도로 저감하는 후처리장치를 탑재하기 시작했습니다. LNT, LNC 그리고 SCR 등의 후처리장치가 있는데요. LNT는 Lean NOx Trap 약자이며 배기량 2.0L 이하 디젤 엔진에 주로 탑재됩니다. LNT는 이론적으로 질소산화물 70%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EGR을 통해 질소산화물을 저감하기도 합니다.

 

SCR은 흔히 요소수 시스템입니다. 정확히는 암모니아 용액이 배기라인에 분사되어 질소산화물을 90%까지 저감할 수 있으며 앞에서 언급한 LNT 시스템보다 질소산화물 저감 능력이 좋기 때문에 상용차는 물론 V6 3.0L 이상의 디젤 엔진에도 폭넓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SCR은 주기적으로 요소수를 보충해줘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으면 LNT, EGR 등의 다른 후처리장치보다 원가가 높기 때문에 경제성이 중요한 중, 소형 디젤 승용차에는 SCR보다는 LNT, EGR 등의 다른 후처리장치가 많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위 이미지는 ICCT 내부보고서 이미지 캡처한 것이며 보시면 아시겠지만 디젤 엔진 배기량이 2.0L 이하인 경우 LNT, EGR 시스템 대비 SCR 시스템이 조금 더 고가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혹 떼려다 혹 붙인 폭스바겐

 

여기서부터는 제 사견을 넣어 보겠습니다. 사견이니 만큼 제가 잘못된 정보를 작성할 수도 있으니 혹시나 사실과 다르다면 댓글 잘못된 점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폭스바겐은 실제 주행에서 미국에서 제시한 질소산화물 기준치보다 훨씬 더 높은 질소산화물이 배출되었습니다. 그것도 약간 벗어난 수치도 아니고 미국 기준치 대비 무려 35배나 되는 어마어마한 질소산화물을 배출했으니 디젤 엔진을 앞세워 친환경을 내세운 폭스바겐 자체 브랜드는 물론 클린 디젤 이미지마저 크게 손상되었습니다. 클린 디젤은 커녕 더티 디젤이라는 오명이 붙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폭스바겐은 왜 이런 조작을 감행한 걸까요? 미국에서 네임밸류가 현대기아차보다 낮을 정도로 브랜드 이미지가 낮습니다. 골프 GTI 등 고성능 모델을 포함해 파사트 등의 패밀리 세단이 판매되고 있지만 이들 가솔린 파워트레인이 경쟁 브랜드보다 압도적이진 못합니다.

 

일본이나 미국 자동차 브랜드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속속 미국에 판매하고 있으며 이들 하이브리드 모델은 각 자동차 브랜드의 평균연비를 향상시키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기억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2009년 미국 오바마 정부시절 CAFE(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에서 제시한 미국에서 판매하는 자동차 브랜드의 전체 모델 평균연비를 2016년까지 35.5MPG(리터당 15.1km/l)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기준이 통과 되었습니다. 미국은 주력 엔진이 가솔린 엔진인데 당시 기존 가솔린 엔진으로는 이 기준 맞추기가 참 힘들죠

 

그래서 일본 완성차 업체들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의욕적으로 양산해서 미국에 판매하거나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의 친환경차가 미국에서 많이 판매될 수 있는 요인 중의 하나가 미국 CAFE 규정이 한 몫 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폭스바겐에서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와 달리 이렇다 할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연비가 뛰어난 디젤을 앞세웠습니다. 디젤은 연소효율성이 가솔린 엔진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연비가 가솔린보다 월등히 좋았고 이산화탄소 또한 적게 배출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저감에 포커스를 맞추고 클린 디젤 마케팅을 벌여 환경을 생각한 미국 운전자들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디젤은 기존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다르게 장거리 주행에서 높은 연비를 얻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세계에서 4번째 크기의 국토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디젤 엔진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되었고 결국 쉐보레 크루즈가 제타를 겨냥한 크루즈 디젤이 사상 최초로 미국에서 출시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높은 연비를 내기 위해 일상 주행에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비활성화 시키는 사기를 치게 됩니다. 2012년에 출시한 싼타페 DM 그리고 뉴 쏘렌토 R을 소유했거나 초기형 스포티지R 투싼 IX 등의 R 엔진을 소유했다가 질소산화물 초과 배출로 ECU 업데이트 받았던 소유주 분들이라면 ECU 업데이트 전에 비해 뭐가 꽉 막히고 잘 나가지 않는다는 느낌 받으셨을 겁니다. 특히 성격 급하신 운전자는 더더욱 엑셀레이터 페달을 더 깊게 더 자주 밟게 되고 결론적으로 연비가 ECU 업데이트 전보다 떨어졌다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또한 출시할 때부터 저압 EGR이 적용된 싼타페 DM 뉴 쏘렌토 R 오너들 또한 초반에 뭔가 답답하게 나간다라는 불만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러한 불만 때문에 유로 6 배기가스 규제를 맞춘 싼타페 프라임, 올 뉴 쏘렌토에는 저압 EGR이 삭제 되었습니다.

 

이번에 미국에서 배출가스 조작 논란의 중심 모델이었던 폭스바겐 제타, 골프 그리고 아우디 A3 또한 값비싼 SCR 시스템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EGR 또는 LNT가 적용 되었을 겁니다. 두 시스템 모두 배기라인 저항이 증대된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실제 주행에서 운전자들이 뭔가 가속 감이 답답하다는 불만을 제기할 수 있었을 것이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더 자주 또는 더욱 깊이 밟게 되어 연비가 떨어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었을 겁니다.

 

따라서 폭스바겐은 나쁘게 보면 스스로 범죄의 유혹에 빠진 셈이죠. 돌이킬 수 없는 선택 그리고 결국 이러한 조작이 적발 되면서 폭스바겐은 현재 전세계에서 이미지 추락 및 손가락질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가격이 조금 더 높게 책정하거나 또는 기업 마진을 조금 더 줄이면서도 SCR을 탑재 판매했다면 질소산화물이 무려 35배 이상 배출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미국 질소산화물 배출 규정을 초과했다고 해도 미미한 수준이었을 겁니다. 문제의 폭스바겐, 아우디 차종 이외에 BMW,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SCR 시스템이 기본 적용되어 있는데 미국 EPA의 조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이들 브랜드들의 디젤 모델은 아직 별다른 문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일부 언론에서 SCR 시스템이 주행성능을 저하시킨다고 하는데 SCR은 배기라인에 저항이 증대되는 단점이 없기 때문에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단지 주기적으로 요소수 보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한데 주행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유로 6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하면서도 SCR 시스템이 적용된 푸조 308 1.6L 디젤 기준으로 1만5천km마다 보충하면 된다고 합니다.

 

SCR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디젤차 가격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지다.

 

 

이번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 제 생각에는 지나친 원가절감이 나중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의 엄격한 질소산화물 규제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SCR을 포함한 질소산화물 정화장치를 처음부터 탑재 했다면 이런 일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 됩니다.

 

한 번 실추된 이미지는 다시 회복하는데 기나긴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폭스바겐은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해 상품성 경쟁력을 높이고 마진을 높이기 위해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징벌적인 배상금은 둘째 치더라도 미국 시장에서 꼼수를 쓰다 걸린 사실이 전세계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앞으로 폭스바겐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폭스바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디젤 승용차를 제작 판매하는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 생산하는 디젤 승용차들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미국과 유럽의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한다는 보장은 없으며 실제로 ICCT에서 조사한 결과 단 한 모델 제외한 유로 6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한다는 모델들이 실제 주행에서 많게는 유로 6 기준 대비 14배나 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SCR이 적용되지 않은 디젤차가 SCR 적용된 디젤차보다 전반적으로 더 많은 질소산화물이 배출되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눈을 돌려 국내에서 판매되는 디젤차들을 한번 살펴봅시다. 현재 국내 판매되는 디젤 승용차들이 과연 유로 6 배기가스 기준을 모두 만족할까요? 제가 알기로는 현재 쉐보레 올란도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디젤 승용차, SUV 모델 중에서 유일하게 SCR이 탑재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 디젤차들은 LNT 또는 EGR 시스템으로 질소산화물을 저감하게 되는데 글쎄요.

 

ICCT 실험 결과를 보면 차종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유럽에서 판매되는 현대차 또한 모델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2.0L 디젤 엔진을 탑재한 디젤차가 유로 6 기준보다 훨씬 더 높은 질소산화물이 배출된다는 결과가 나왔으며 LNT 시스템이 적용된 모델이라고 합니다. 올란도를 제외한 나머지 디젤차들이 SCR이 빠진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모든 디젤차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러 듯 우리가 자동차 기업들이 그 동안 쭉 홍보한 클린 디젤 실제로는 클린 디젤이 아닌 더티 디젤입니다. 아마 허탈하신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애초에 클린 디젤이라는 명칭은 말이 안되었습니다. 저는 디젤차의 배출가스가 결코 깨끗하지 않다는 걸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다른 블로거분들 혹은 네티즌분들과 이 문제로 주기적으로 논쟁이 붙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클린 디젤에 부합하는 디젤차는 나오지 않는 것일까요?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SCR이 기본으로 탑재되고 보다 더욱 정교한 후처리장치 제어를 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야 할 듯 합니다. 미국에 판매되는 모든 디젤차에 대한 조사가 현재 진행중인데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디젤차들 모두 SCR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폭스바겐 이외에 나머지 완성차 업체의 디젤차가 미국의 배기가스 규제를 만족한다면 디젤차 이미지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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