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급하긴 급했나 봅니다. 신형 K5 출시하기 바로 직전에 기존 판매하는 쏘나타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2016년형 쏘나타를 출시하면서 명예회복에 나섰고 신형 K5 또한 듀얼 페이스 디자인을 내세우고 전례 없던 가솔린, 가솔린 터보, 디젤 엔진을 동시에 출시하면서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두 모델 모두 8월 판매량 1만대를 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8월의 베스트셀러는 의외로 현대 아반떼가 차지했습니다. 현대 아반떼는 8월 한 달 동안 8,806대를 국내 판매하면서 8월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습니다. 예상 밖의 실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유는 현재 판매되는 아반떼는 곧 후속 모델이 9월 출시 예정이며 따라서 현재 판매되는 아반떼는 곧 단종 됩니다. 실제로 지난 8월 중순 이후 현대자동차 영업소에서는 더 이상 기존 아반떼 MD 주문을 받지 않고 재고로 남은 물량위주로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아반떼 MD가 단종을 앞두고 있지만 현대 아반떼는 얼마 전부터 실시한 36개월 무이자 할부 등 파격적인 판매 조건이 종료되기 때문에 막판에 아반떼를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대거 구매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단종을 앞둔 모델은 신차를 구매하려는 심리 때문에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낮아지는데 아반떼 MD의 사례는 흔치 않은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크게 웃을 수 없을 겁니다. 7가지 심장과 듀얼 페이스를 내세워 현대기아차 중형 세단의 높은 판매실적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예상 밖으로 저조했습니다. 특히 7월에 출시한 2세대 신형 K5는 지난 7월 보다 오히려 판매량이 하락했습니다.

 

기아 K5 지난 1세대 모델이 출시 되자마자 월별 1만대를 뛰어 넘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형님 모델인 YF 쏘나타보다 더 높은 월별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던 화려한 과거 이력을 감안하면 2세대 K5는 이례적으로 부진한 실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15년 8월 기아 K5 한 달 판매량은 5,504대를 기록하며 7월 판매량 6,447대와 비교 시 판매량이 오히려 하락하며 신차효과가 벌써 사라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현대 쏘나타는 8,218대를 판매한 것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8월은 근로자들의 하계 휴가 등으로 생산량이 하락하면서 판매량 또한 하락하는 시기이며 올해 8월 또한 한국지엠을 제외한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쌍용차 판매량이 7월 보다 소폭 하락했습니다. 따라서 여름휴가 또한 판매하락의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K5가 지난 7월에 출시한 신차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K5의 판매 부진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기아 K5 판매량이 전년 8월 기준 판매실적(3,226대)과 비교해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기사를 작성했지만 지난해 8월의 경우 K5는 출시된 지 4년이 지난 구형 모델이고 경쟁 모델인 LF 쏘나타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쏘나타 신차효과가 큰 상태였기 때문에 지난해 8월 기아 K5 판매부진은 어쩌면 당연한 겁니다.

 

그렇다면 올해 기아 K5 판매량이 이 정도까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첫번째 2세대 K5에 탑재되는 파워트레인과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적용하고 상품성을 개선한 2016년형 쏘나타가 동시 출시되면서 K5 신차 효과가 반감되었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혁신적이면서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울렸던 1세대 K5 디자인 대비 2세대 K5 디자인은 크게 혁신적으로 바뀐 부분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중형세단 최장수 모델이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현대 쏘나타 2016년형 모델이 2세대 신형 K5하고 같이 출시하게 되면서 같은 가격의 중형차 구매 시 상대적으로 네임 밸류가 더 높은 쏘나타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요.

 

보통 현대기아차의 형제 모델이 같은 해 신차발표 또는 부분변경, 이어모델 등을 출시하는 경우 어느 정도의 기간을 두고 신차발표를 하거나 같이 발표 하더라도 두 모델 중 하나는 조용하게 발표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올해 2016년형 쏘나타 그리고 기아 K5는 두 모델 모두 성대하게 발표했고 두 모델 모두 미디어 시승회가 열렸습니다. 구매하는 소비자 특히 구매 연령이 높을수록 "그래도 차는 현대에서 나온 쏘나타가 좋지." 라는 인식을 하게 되고 K5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겁니다.

 

1세대 K5 대비 크게 바뀌지 않은 2세대 K5 디자인도 문제입니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를 길게 디자인하며 더 날렵한 이미지를 구현했지만 그 외 나머지 부분은 1세대 K5 대비 크게 바뀐 점이 없었습니다. 사실 이건 기아차의 디자인 능력보다는 뒷좌석 탑승을 배려해야 하는 패밀리 세단 특성상 미래지향적이고 날렵한 곡선 위주로 디자인하게 되면 뒷좌석 공간이 좁아지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2세대 K5 디자인은 4도어 공간활용성을 중시한 4도어 세단의 한계치에 근접한 디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외에도 지금까지 출시한 중형차 모델 신차발표회 중에서 2.0 가솔린, 1.7 디젤, 2.0 가솔린 터보, 1.6 가솔린 터보, 2.0 LPI 등 5가지나 되는 파워트레인을 한꺼번에 선보인 것도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어 자동차 구매를 머뭇거렸다고 생각됩니다. 파워트레인 스펙 위주로 설명되어 있어서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어떤 파워트레인을 구매해야 할지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며 이걸 보통 결정장애라고 하죠.

 

1세대 K5의 화려한 전성기는 가능성이 없나?

 

 

제가 점쟁이가 아니기 때문에 향후 기아 K5 판매량에 대해 섣부르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1세대 K5가 데뷔 초 월별 1만대 이상 판매하며 한때 현대 YF 쏘나타를 제치고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황금기는 힘들 거라 생각됩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수입차 모델들이 국내 출시되고 있으며 국산 중형차를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소비자는 수입 컴팩트 SUV, 세단, 해치백 모델을 구매할 수 있는데 다양한 수입차의 국내 출시로 굳이 국내 중형차 구매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가격 자체는 아직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비싸지만 딜러제로 운영되는 수입차의 경우 할인폭이 국산차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재고차 또는 단종을 앞둔 수입차 모델의 경우 국산차와 수입차 가격갭 차이가 더욱 줄어들게 됩니다. 또한 공간활용성이 뛰어난 SUV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편안하지만 주차 및 좁은 도로에서 주행이 불리한 세단 판매량은 더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동차 구매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디자인입니다. 1세대 K5는 무언가 밸런스가 맞지 않는 로체 이노베이션과 비교 시 혁신적으로 진화된 디자인을 선보이며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올해 출시된 2세대 K5는 1세대 K5 대비 크게 혁신적인 디자인이 아닙니다. 여름 휴가로 근로자들이 휴가를 떠난 8월과 비교해서 9월 자동차 판매량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2세대 K5 판매량 또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거처럼 월별 1만대 이상 판매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됩니다.

 

아마 현대기아차는 상품성 강화한 2016년형 쏘나타 그리고 2세대 K5를 동시에 출시하여 같은 자사의 중형세단 판매량 증대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K5 판매량이 크게 낮아지면서 현대기아차의 중형차 마케팅은 다시 재검토를 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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