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아시다시피 현대기아차 천국 국가입니다. 3월 국내 판매실적 발표에서 비록 현대기아차는 다른 달보다 저조한 성적을 냈지만 그래도 3월 완성차 판매실적 중에서 현대기아차는 75%의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소형 SUV 부문에서 현대기아차는 아직까지 무풍지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쉐보레 트랙스가 본격적으로 개척한 국내 소형 SUV는 이후 르노삼성 QM3, 쌍용 티볼리를 잇달아 출시했으며 쌍용 티볼리는 예상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해 국내 소형 SUV 부문에서 대세 모델이 되었습니다.
기아차가 니로 신차발표회에서 세금감경혜택 + 하이브리드지원금을 합쳐 티볼리보다 더 낮은 가격에 신차를 구매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니로를 홍보했으며 쌍용차는 불공정한 비교이고 기아 니로는 진정한 SUV가 아니다. 라며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어찌됐건 두 회사의 신경전 덕택에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선택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죠.
쌍용 티볼리가 출시된 지 이제 1년이 지났습니다. 1.6L 가솔린 엔진만 탑재됐지만 작년 6월 이후 연비가 뛰어나고 실용 영역에서 토크가 높은 디젤 엔진이 추가됐습니다. 그리고 최근 트렁크 공간을 더욱 늘려 720L 트렁크 공간을 확보한 티볼리 에어를 출시해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아마 작년에 이어 올해도 소형 SUV는 티볼리 천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이네요.
티볼리는 우리나라 이외에 유럽으로 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쌍용차가 향후 미국에도 진출한다고 하는데 아직 예상 수준일 뿐이고 현재 쌍용차의 주력 수출지역 중의 하나가 유럽이라고 볼 수 있죠. 아시다시피 유럽인들은 빠르고 즉각적인 스티어링휠 반응, 탄탄한 서스펜션을 선호합니다. 티볼리는 이러한 유럽인들의 취향을 철저히 반영했습니다.
단단한 서스펜션과 시트쿠션 승차감이 좋지 않은 점은 옥의 티
유럽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한 티볼리는 앰블럼을 가리고 블라인드 시승테스트를 하면 티볼리는 유럽차일 것이다. 라고 답변할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시트쿠션은 안락하기 보다는 마치 맨 방바닥에 앉은 것과 비슷할 정도로 딱딱합니다. 운전자 입장에서 이런 시트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데요. 조수석은 반대로 엉덩이와 요추에 부담될 정도로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단한 서스펜션 덕택에 와인딩 로드, 서킷에서 빠르게 코너를 돌아도 티볼리는 좌우 롤링을 크게 억제합니다. 또한 놀라운 점이 있다면 티볼리는 EPS 시스템 그것도 현대기아차에 대폭 적용됐지만 유격 등으로 혹평 받는 MDPS와 비슷한 C-EPS 구조를 지녔음에도 스티어링휠 감각이 크게 문제된다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현대기아가 일부러 못 만드는 건지 아니면 쌍용이나 한국지엠 EPS가 좋은 건지....(근데 두 브랜드 모두 만도에서 생산한 EPS를 주로 탑재합니다.) 아무튼 스티어링휠 감각은 나쁘지 않네요.
잘 달리고 잘 돌고... 운전재미 측면만 따지면 티볼 리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쌍용차의 고질병 중 하나가 브레이크 제동성능이 부족하다는 점인데요. 티볼리 또한 제동성능이 만족스럽진 못했습니다.
이 외에 티볼리 인테리어는 QM3, 트랙스와 비교해서 촉감이 부드럽고 시각적으로 고급스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QM3 트랙스는 대부분 인테리어 재질이 딱딱하고 거친 플라스틱을 그대로 적용한 게 아쉽죠. 다만 최근 출시한 기아 니로는 아직 타보지 못해서 국산 소형 SUV 중에서 인테리어가 가장 좋다고 단정 짓지는 못하겠습니다.^^ 이 외에 6컬러 클러스터 D컷 스티어링휠 등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운전자들을 위한 편의사양을 대거 탑재했습니다.
조용하지만 힘이 부족한 티볼리 가솔린 모델
티볼리에 맨 처음 탑재된 1.6L 가솔린 엔진은 연소실에 직접 연료를 분사하는 GDI가 아닌 종전 흡기포트에 연료를 분사하는 MPI 엔진입니다. GDI보다 효율성은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최고출력 126마력 최대토크 16kg.m의 힘을 냅니다.
엔진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연소효율성이 열세인 MPI 방식으로 126마력까지 끌어올렸으니 스펙만 따지면 티볼리에 탑재되는 1.6L 가솔린 엔진은 수준급이라고 볼 수 있네요. 실제로 엔진 튜닝 경험이 많은 지인이 티볼리 가솔린 엔진을 보고 “이 엔진 맵 데이터만 알면 터보튜닝 용이하겠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티볼리는 소형 SUV 모델이기 때문에 공차중량이 1.3톤에 달합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성능은 기대하면 안 됩니다. 무게는 무거운데 배기량이 낮고 출력과 토크가 빈약하면 흔히 심장병이라고 비하하는데요. 티볼리 가솔린도 그런 느낌입니다. 하지만 연비를 생각하지 않고 5,000rpm 이상 고회전 영역을 사용하면 의외로 경쾌하게 나갑니다.
디젤 모델처럼 저회전에서 토크가 높지 않아 추월할 때 그리고 오르막 구간에서 티볼리의 1.6L 가솔린 엔진은 매우 버겁게 느껴집니다. 특히 오르막 구간에서 가속과 감속이 반복되면 변속이 저단과 고단으로 널뛰기하여 순간적으로 시소 타는 느낌을 선사하는 히스테릭 현상도 발생합니다. 티볼리 가솔린 수동은 안타봐서 알 수 없지만 이 모델은 수동변속기가 제격이라고 생각됩니다.
모든 티볼리 가솔린 모델에 발생한다고 보장할 수 없지만 오르막 구간에서 노킹현상이 발생합니다. 요즘 자동차는 노킹 제어센서가 있기 때문에 노킹이 발생해도 연료를 추가로 분사해 노킹을 최대한 억제하는데요. 티볼리는 오르막 구간 올라가는 동안 계속 노킹음이 들렸습니다. 이부분은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진동을 크게 억제한 티볼리 디젤
티볼리 디젤은 최고출력 115마력에 불과하지만 최대토크는 30.6kg.m에 달합니다. 무엇보다도 1,500rpm부터 최대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2,000rpm 이하에서 힘이 거의 없다시피한 가솔린 모델과 다르게 티볼리 디젤은 힘이 넉넉해 고단 상태에서 오르막 구간을 주행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점은 진동과 소음이 큰 디젤 엔진이 탑재됐음에도 상당히 조용하고 진동 억제 수준이 높다는 점입니다. 비록 뒤에 나온 트랙스 디젤에게 조금 밀리긴 했지만 티볼리 그리고 1.6L 디젤 엔진이 쌍용차의 첫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트랙스 디젤은 훌륭한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속 80-100km/h 주행 상태에서 락업클러치가 쉽게 풀려 연비가 생각외로 높지 않습니다. 국도에서 정속주행해도 트립 기준으로 리터당 20km/l를 넘기 힘들더군요. 록업클러치 유지 조건을 완화하면 연비가 조금 더 상승할 가능성은 높아보입니다.
이상으로 티볼리 간단한 시승 소감을 마치겠습니다. 티볼리가 국내에서 기대 이상의 판매실적으로 쌍용차에서 해고된 근로자들이 복직되었는데요. 티볼리 가지치기 모델인 티볼리 에어가 출시된 만큼 쌍용차가 더 크게 성장해 SUV는 물론 승용차도 독자개발해 국내 출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