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린 보다 디젤 엔진이 먼저 떠오르는 국산 승용차 모델을 대표적으로 꼽아 보자면 쉐보레 크루즈 그리고 현대 엑센트를 두 모델이 가장 먼저 떠오르실 겁니다. 크루즈는 다들 아시겠지만 과거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 시절부터 인터넷 슈퍼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강력한 동력 성능을 자랑했었던 모델입니다. 말이 필요 없죠

 

엑센트 디젤 또한 약 1.2톤에 불과한 가벼운 차체를 이끄는 128마력 디젤 엔진 거기에 지금은 유로 6 배기가스 기준에 맞춰 136마력 까지 출력을 끌어올렸고 7단 DCT가 추가되어 수입차 부럽지 않은 강력한 동력성능과 함께 어마어마한 높은 연비로 명성이 자자한 모델이 되었습니다.

 

1.6L 디젤 엔진은 엑센트 처음 출시할 때 나오지도 않았고 이어 모델에서 추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가벼운 공차중량 덕택에 강력한 힘과 가속력을 갖추고 과급기가 적용된 디젤 엔진 덕택에 칩튠 또는 맵핑만 해도 2.0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한 중형 세단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어떻게 보면 양의 탈을 쓴 늑대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상대적으로 엑센트 가솔린 모델은 디젤에 가려지게 되었는데요.

 

2013년 하반기 현대차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엑센트 1.4L 가솔린 엔진 모델에 변화를 주게 됩니다. 감마 엔진에서 카파 엔진으로 4단 자동변속기는 CVT로 변경 되었습니다.

 

고회전에서 짜릿한 느낌이 상쇄 되었지만 연비가 향상되다.

 

 

1.4L 감마 엔진은 보어 77mm, 스트로크 74mm 크기의 실린더 4개가 붙은 숏스트로크 엔진이며 13.9kg.m의 최대토크가 5,000rpm에서 나옵니다. 이 엔진은 형제 모델인 기아 프라이드에도 탑재되고 있으며 카파 엔진으로 엑센트와 다르게 현재까지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1.4L 카파 엔진은 반대로 보어 72mm, 스트로크 84mm 크기의 실린더 4개가 붙어 있으며 같은 1.4L 범주에 속하지만 감마 엔진보다 배기량이 조금 낮고 스트로크가 보어보다 더 긴 전형적인 롱스트로크 엔진입니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감마 1.4L 엔진보다 조금씩 낮지만 최대토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rpm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실용 영역에서는 오히려 감마 엔진보다 더 높은 토크를 낸다고 합니다.

 

엔진 뿐만 아니라 변속기 또한 변경 되었습니다. 수동변속기는 5단에서 6단으로 변경되었고 4단 자동변속기 대신 부변속비가 적용되어 기어비 폭이 넓어지고 동력 손실이 적은 CVT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덕분에 엑센트 1.4L 모델은 파워트레인이 변경된 2013년형 모델부터 수동과 CVT 모두 공인연비가 소폭 향상 되었습니다. 2013년형 이전 엑센트 1.4 5단 수동 모델의 공인연비는 복합 기준으로 14.3km/l이지만 현재 판매되는 1.4 6단 수동 모델의 공인연비는 복합 기준으로 15km/l 이며 2013년형 이전 엑센트 1.4 4단 자동 모델의 공인연비는 복합 기준으로 13.3km/l이지만 현재 판매되는 1.4 CVT 모델은 복합 기준으로 14.1km/l까지 상승했습니다.

 

엑센트 1.4 4단 자동변속기는 기어비 데이터를 모르기 때문에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4단 자동변속기는 기어 단수가 적은 만큼 각 단 기어비 간격이 넓어 가속하면서 변속할 때마다 가속력이 둔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서도 전체 기어비 폭이 좁아 고속주행 시 엔진 rpm을 높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고속주행 연비에서 손해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현재 판매되는 엑센트 1.4 모델에 탑재되는 CVT는 기어비 범위를 넓히는 부변속비가 탑재되어 전륜구동 소형차 특성상 변속기를 감싸는 케이스 사이즈를 작게 설계할 수밖에 없는 단점을 극복했습니다. 기존 4단 자동변속기의 전체 변속비폭이 4.09라면 엑센트에 탑재되는 CVT 전체 변속비폭은 7.95까지 확대 하였습니다.

 

부변속비는 오프로드 주행용 SUV에 흔히 탑재되는 LOW 기어가 CVT에 적용된 사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LOW, HIGH 기어처럼 큰 힘과 강력한 동력성능에 알맞은 높은 기어비를 가진 1단 변속비 그리고 항속주행에 적합한 2단 변속비가 탑재되어 어떠한 주행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발끝에 따라 가변적으로 적정 rpm으로 주행 가능합니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 처럼 rpm이 고정된 변속비를 벗어나지 못하는 종전 자동변속기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죠.

 

또한 CVT는 유압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기존 자동변속기와 다르게 풀리와 풀리 사이에 연결된 금속벨트 또는 고무로 물리적으로 동력을 전달하기 때문에 이론상 동력 손실이 없습니다. 다만 자동차는 출발할 때 가장 큰 힘을 내게 되는데 CVT 또한 기계적으로 연결된 상태에서는 큰 힘을 내는데 한계가 있고 부드러운 출발이 힘들기 때문에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토크컨버터가 적용 되었습니다.

 

토크컨버터는 강력한 힘을 전달하고 부드러운 출발을 보장하지만 연비를 갉아먹는 주범이기 때문에 최근 자동변속기는 이러한 토크컨버터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동변속기 또는 CVT를 셋팅하고 있습니다.

 

실제 주행 상황에서의 동력성능과 연비는?

 

엑센트에 탑재되는 1.4L 카파 엔진이 내는 힘은 최고출력 100마력, 최대토크 13.6kg.m로 평범한 수준입니다. 2013년형 이전에 탑재된 1.4L 감마 엔진과 비교 시 최고출력은 9마력 최대토크는 0.3kg.m 하락하면서 다운그레이드라고 볼 수 있겠지만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이 보다 더 낮은 rpm으로 이동하면서 우리가 흔히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3,000rpm 이하에서의 토크는 오히려 감마 엔진보다 더 높다고 합니다.

 

위 영상을 재생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100마력의 힘을 내는 1.4L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소형차라는 걸 감안하면 기대 이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경제성과 합리성이 우선 순위인 소형차 특성상 이 정도의 가속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영상 후반부를 보시면 시속 100km/h 정속 주행 상황에서 수동 6단 모드로 고정 후 주행하는 상황입니다. 기어비를 최대로 낮출 경우 시속 100km/h에서 약 1,700rpm을 유지하는데요. 특이한 점이 있다면 6단 수동 모드 고정 상태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꾹 밟아도 기어비가 가변적으로 높아지지 않고 최대한 낮은 기어비를 그대로 유지해 rpm을 고정합니다.

 

그래서 시속 100km/h 1,700rpm을 유지한 상황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꾹 밟아도 순간 연비는 15km/l나 유지합니다. 만약 소음과 진동 때문에 디젤 승용차를 원하지 않으면서도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h 내외로 정속 주행하면서 높은 연비를 원한다면 엑센트 1.4 만한 차는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과거부터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고속주행이 불안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제가 시승했었던 엑센트 1.4 가솔린 모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전모델인 뉴베르나하고 비교해서 더 불안합니다. 스티어링휠 셋업 문제인지 서스펜션 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시속 100km/h 넘은 상황에서도 스티어링휠 좌, 우로 반복하면 차체가 필요 이상으로 쓸데없는 움직임 피칭을 허용합니다.

 

피시테일 현상으로 욕을 많이 먹었던 아반떼 MD는 그나마 13년 하반기에 출시한 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뉴 아반떼 이후 많은 개선이 이루어진대 반해 엑센트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 차를 시승할 때가 2013년 연말 이었는데요. 지금은 개선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제가 시승했었던 엑센트는 쉐보레 아베오와 비교하면 너무나 형편없을 정도로 불안했습니다. 최소한 쇽업쇼버를 애프터마켓 쇽업쇼버로 바꿔야 고속도로 주행에서도 안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출시된 지 오래 되었고 연식 변경되어도 인 익스테리어가 크게 바뀐 점이 없기 때문에 엑센트 1.4 CVT 모델 성능과 연비 위주로 시승기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최근 형님 모델인 아반떼가 완전히 변경되어 출시 되었는데요. 5년 모델체인지 주기를 맞춘다고 가정하면 엑센트 또한 머지 않아 완전히 변경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엑센트 판매량이 아반떼와 비교해서 턱없이 낮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보다는  내년 상반기 그리고 내년 상반기 보다는 내년 하반기에 출시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준중형차의 넓은 거주성과 안락함 그리고 경차의 세금혜택과 경제성에 끼여서 숨이 막힌 비운의 모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경쟁 모델인 기아 프라이드, 쉐보레 아베오 또한 비슷하지만) 만약 경차 혜택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보다는 판매량이 증가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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