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 모터스(GM)는 13일 오전 한국지엠의 군산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하면서 5월 말까지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쉐보레 크루즈 생산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GM이 군산공장 폐쇄 이유는 지난 몇 년 동안 심각한 손실로 인한 사업구조 개선 그리고 해가 갈수록 낮아지는 군산공장 가동률이 근거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노조와 지자체는 "일방적인 GM본사 통보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는데요.



GM본사와는 별도로 한국지엠은 부채 2조7000억 원을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단순한 희망사항일뿐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한 플랜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번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드디어 올게 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실 한국지엠 철수 이야기는 과거에도 꾸준히 제기된 문제였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 후 다른 사업장도 모두 철수할까요? 제가 한국지엠 철수에 관한 3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첫번째 - 완전철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그리고 10년 전 우리나라에서 겪었던 사례이기도 하죠. 바로 쌍용자동차를 먹튀한 상하이자동차 사례입니다.



과거 쌍용차를 인수했던 상하이차는 인수후 쌍용차 신차개발 투자는커녕 4년 동안 쌍용차의 디젤 파워트레인 기술력을 유출해 훔친 사실이 발각됐습니다.


이에 상하이차는 2009년 법정관리 신청후 경영권을 포기하고 떠나게 되는데요. 쌍용차는 2010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인수하기 전까지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메리 바라 CEO 등 GM 임원진들이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GM이 완전하게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쌍용차 사례와 다른 점이 있다면 GM은 그래도 국내에 투자한 요소가 많습니다.


한국지엠에서 투자해 설립한 부평에 GM  디자인센터가 있으며, 소형차 개발을 한국지엠이 담당했습니다.


또한 쌍용은 평택공장 하나뿐이지만 한국지엠은 부평공장, 군산공장, 창원공장 3곳이 있습니다.


따라서 완전 철수를 단행할 경우 GM 입장에서도 부담이 커지는데요. 한국지엠이 소유한 공장과 건물 그리고 토지가 순조롭게 매각된다면 모를까? 그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두 번째는 적자 심한 설비 폐쇄하고 나머지 시설은 유지



GM은 5월 말까지 군산공장을 폐쇄한다고 방침을 밝혔습니다. 가동률이 워낙 낮은 공장이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인데요.


그렇다면 나머지 부평공장, 창원공장은 어떨까요?


일단 부평공장은 그대로 존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지난해 한국지엠에서 트랙스 후속을 부평에서 생산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국지엠 공장 중에서 부평이 가장 규모가 큰 만큼 완전한 정리보다는 생산라인은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따라서 GM에서는 군산공장 등 가동률 낮고 적자가 심한 사업은 정리하되 아직 생산할 가치가 높은 부평이나 창원은 그대로 존속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완성차는 아니지만 반조립 상태로 수출하는 CKD 물량 비중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데 GM 입장에서는 CKD 물량을 무시 못 하는 수준입니다.


마지막은 GM이 요구한 대로 한국정부에 자금 지원을 받는 경우



이 경우 한국지엠 임직원 입장에선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국민 전체 입장에서 보면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습니다.


GM은 한국지엠 경영 정상화 계획에 28억 달러 투자가 필요하며, 산업은행이 가진 지분율에 맞춰 5000억 원 우선 증자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데요. 한국정부 또한 GM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 특정 기업에만 특혜를 주고 국민 세금을 GM에 그대로 바치는 걸로 비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GM에서 요구한 안대로 정부에 금전지원은 현실적으로 힘들겁니다.


아무튼 군산공장 폐쇄는 기정사실화 됐으니 근로자뿐만 아니라 보령 자동변속기 공장 등 군산공장에 자재를 납품 협력, 하청업체도 피해를 입게 됐습니다.



기존에 쉐보레 크루즈를 구매해 소유하는 소비자들도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게 됩니다. GM은 군산공장 포함해 서비스센터를 외주로 돌린다고 밝혔는데요. 이렇게 되면 양질의 A/S를 받기가 힘들어집니다.


중고차시세도 영향을 받게 되어 전반적으로 쉐보레 차량의 감가상각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크루즈는 매입가격이 꽤 많이 낮아질 거라 생각됩니다.

중고차 매입시세가 더 낮아지기 때문에 크루즈 소유주들은 더 낮은 가격에 중고차를 팔 수 밖에 없습니다.


GM, 세계 각국에 자금지원을 받고 먹튀한 사례 여러 번 있다.



GM이라는 자동차 브랜드는 미국 빅3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컸습니다. 우리가 알던 쉐보레 외에도, 캐딜락, 뷰익 등의 고급 브랜드가 있으며, 지금은 사라진 새턴과 폰티악 등의 브랜드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유럽에서는 오펠이 대표적인 GM 산하 브랜드였죠.


하지만 GM은 2008~2010년 사이에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되는데요.


이 시기에 미국은 부시 대통령에서 오바마 대통령으로 바뀌는데요. 오바마 정부는 GM의 재정지원 요청을 거절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조건과 노조의 고용승계 및 우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습니다.


GM은 처음에는 이 안을 거절했지만 GM 릭 왜고너 회장이 사임하면서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였고 결국 2009년 5월31일 파산, 2009년 6월 1일 미국 정부가 GM에 최대 500억 달러를 투자해 GM의 지분 60% 소유하게 됩니다.


GM이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데요. 새턴과 폰티악 등의 브랜드는 사라지고 유럽의 오펠 또한 최대 8300명의 근로자를 해고하고 벨기에 브뤼셀 공장을 폐쇄합니다. 그러면서도 당시 독일 포함한 EU 각국에 최대 27억 유로(당시 환율로 4,3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이렇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전세계 금융위기가 지속되면서 GM을 포함한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파산 등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당시 GM대우만 홀로 흑자행진을 이어가면서 GM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 GM대우가 쉐보레로 브랜드를 사용하게 되고 한국지엠 주식회사로 사명을 교체했습니다.



위 사진은 당시 한국지엠 주식회사 사장 마이크 아카몬의 쉐보레 브랜드 발표한 장면입니다. 


당시 마이크 아카몬 사장은 쉐보레 브랜드 도입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국 이해관계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제공한다고 약속했는데요. 이때가 아마 2011년 3월쯤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이제 한국지엠이 군산공장 폐쇄하고 완전히 떠날 수도 있다고 하니 참 생각이 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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