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1대1 인터뷰를 진행했던 KBS 송현정 기자의 무례한 태도가 인터넷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급기야 청와대 홈페이지에 “KBS는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을 본 국민에게 사과하라”라는 청원이 올라가기도 했는데요. 제가 생방송으로는 못 봤는데 어떻게 인터뷰가 진행됐는지 하도 궁금해서 유튜브에 올라온 인터뷰를 오늘 새벽에 보았습니다.

유튜브에 인터뷰 풀영상 또는 요약본이 있으니 내용은 다 아시리라 생각해서 인터뷰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참고로 지금은 그냥 평범한 근로자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저도 기자로 재직했었는데요. 일반 국민들의 시선 특히 문재인 지지자 입장이라면 송현정 기자의 인터뷰는 매우 거슬려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인터뷰 장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중간에 끊는 부분이 많았는데요. 중간에 말 끊는건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지 않고 자기할 말만 한다는 오만한 태도로 보일 수 있는 건 맞습니다. 더군다나 상대방은 자기보다 아랫사람도 아닌 한 나라의 대통령인 점을 감안하면 송현정 기자의 태도는 하극상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일반 국민이 아닌 현재 기자 혹은 기자 출신이 두 사람의 인터뷰 영상을 본 소감을 말한다면 어떨까요? 기자의 시선으로 보면 송현정 기자의 인터뷰는 지극히 정상적인 인터뷰라고 말할 겁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발끈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기자들은 상대방과 인터뷰 심지어 대화를 할 때 오만하거나 깔보도록 선배 기자들로부터 교육을 받았습니다. 

제가 모 교통관련 전문지에 근무할 때 국장님이 하셨던 말씀 중에 하나가 “기자는 갑의 위치에서도 갑의 위치에 있다”고 항상 강조했습니다. 이건 제가 소속한 매체뿐만 아니라 대다수 매체 그리고 우리가 들으면 흔히 아는 메이저 언론사 소속 기자들도 이렇게 교육 받았을 겁니다.

특히 사스마리를 경험한 기자들이라면 언론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갑(甲)의 정신으로 무장합니다. 사스마리가 뭔지는 네이버 등에 검색하면 나옵니다. 소속된 언론사에서 인정받으려면 비범함과 대담함 그리고 남보다 더 우위에 있다는 갑질사상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이러한 갑질은 기자의 경력이 오래될수록 머릿속에 고착화됩니다. 언론사 사장이 간부 그리고 선배를 제외한 바깥세상의 인간들은 모두 나보다 하수며 나를 능가하지 못한다. 라는 생각을 가지기 쉽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원하는 기사를 쓸려면 때로는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떠는 직업을 가지 취재대상자와 단독 면담해야 될 필요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취재대상자는 이름만 들어도 쉽게 접근하기 힘든 검사 변호사 판사 심지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예외 없습니다.

인터뷰 중에서도 가장 논란되는 내용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독재자라고 질문한 건데요. 갑의 정신으로 무장한 기자라면 충분히 질문한 수 있는 내용입니다. 다만 인터뷰 대상자가 한 나라의 통수권자인 대통령인데 매우 민감한 내용을 거침없이 질문하는 것에 대해 참 대담한 기자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다만 전임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 앞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했다면 제가 진심으로 존경했을 텐데 박근혜 전 대통령한테는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던 걸로 압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답변하면서 송현정 기자가 중간에 말을 끊는 경우가 많았죠? 이건 비단 송현정 기자 뿐만 아니고 저도 그랬었고 대부분 기자 분들 특징이라고 합니다. 다만 자기보다 선배기자와 대화할 때는 끝까지 경청하죠.

어쨌든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한 송현정 기자는 취재경력이 많고 능력을 인정받은 기자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인터뷰가 나간 후 일반인들 시선에서는 송현정 기자가 무례하고 오만하다. 라고 비판하지만 언론계에 몸담거나 몸담았던 사람들은 반대로 송현정 기자의 태도를 칭찬하거나 옹호하죠.

KBS 출신이었던 전여옥 전 의원도 그랬고 송현정 기자의 후배인 이광용 아나운서가 송현정 기자를 칭찬하거나 두둔하는 글을 올려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두 사람도 언론인이기 때문에 이러한 반응이 나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성향을 떠나서 말이죠.

독재자 질문 논란...오히려 언론 자유를 인정받는다.

독재자 질문한 송현정 기자에 대한 비난이 거셉니다만 한편으로는 이번 사례가 외국 언론에서 한국의 언론자유도가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독재자의 독이라는 글자조차 함부로 이야기할수 없었을 정도로 언론감시가 심한 시대였습니다. 김영삼 대통령부터 언론 자유도가 높아졌지만 창의적이고 민감한 질문을 할 수 있지는 못했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크게 다를바 없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는 아예 자신들이 원하는 질문만 받거나 자기성향과 반대되는 언론사나 기자들은 대놓고 배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머리 조아리고 받아적기만 했던 KBS 송현정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과 1대1면담한 것은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의 말도 한나라의 수장인 대통령이 직접 듣는다는 것을 전세계에 입증한 것이고 독재자 등 민감한 질문을 한것 자체가 한국의 언론자유도가 높은 나라라고 전세계에 알린 셈입니다.

 

따라서 이번 청와대 2주년 대담 프로그램은 제 생각에 매우 성공적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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