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은 자기가 선호하는 자동차 모델이 현대차 엠블럼을 달고 국내 출시했다면 얼마나 잘 팔렸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셨을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우 매그너스, 쌍용 초창기형 렉스턴이 현대차로 출시해 현대 엠블럼 달고 출시했다면 얼마나 성공했을까? 라는 상상을 가끔 하는데요. 인정하기 싫지만 그래도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 가장 성공했고 현대차에서 출시한 모델 중 판매량, 마케팅 둘 다 고려해도 실패한 모델이 별로 없었죠.


그런데 그 중에서도 정말 현대차 엠블럼 달고 출시했다면 최소 판매량 2배 이상 뛰었을 차는 기아 K9이라고 생각됩니다. 2012년에 처음 K9을 시승할 때 저는 아 정말 브랜드를 떠나서 좋은 차구나? 라는 감탄을 했습니다. 일단 이 글은 시승소감을 작성글이 아니기 때문에 K9 시승소감은 생략하겠습니다.


기아 K9은 형님 모델인 현대 에쿠스와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고 오히려 한때 에쿠스보다 더 나은 면도 있다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형님 모델인 에쿠스 대신 제네시스 EQ900 이라는 차원이 다른 대형세단을 출시해 기아 K9 경쟁력은 하락했지만 제네시스 EQ900은 예상대로 구형 에쿠스 대비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에서 K9이 돋보입니다.


하지만 K9이 EQ900 대비 가성비가 뛰어남에도 K9 판매량은 속절없이 추락해 지난 2월 판매량은 겨우 200대 턱걸이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반면 EQ900은 2월에만 무려 약 2,476대를 판매하는 높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EQ900 상위트림 가격이 억대 수준이고 플래그십 대형세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EQ900은 국내에서 성공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뭐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요


K9 기아차 브랜드의 한계를 드러내다.



2012년 등장한 기아 K9은 당시 형님 모델인 에쿠스에도 없었던 HUD, 차선이탈경보시스템, 햅틱 다이얼 등 첨단사양을 탑재하고 가격을 에쿠스보다 저렴하게 책정했습니다. 정몽구 회장이 직접 나서 홍보하고 K9을 의전차로 사용할 정도로 각별하게 공들인 K9은 2012년 한 해 수출 포함해서 1만8,000대를 팔겠다는 목표수치를 제시했지만 실제 판매량은 크게 못 미쳤습니다.


이후 연식 변경하면서 가격을 낮추고 하위 트림에 옵션을 대거 보강하는 등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수단들을 동원했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이고 판매량은 해가 갈수록 더 낮아져 올해 2월 201대를 판매하는데 그쳤습니다. 이 정도면 사실 단종을 고려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미국에서 K9은 K900이라는 모델명으로 판매되고 있는데요. 미국시장에서도 K900 판매량이 계속 떨어져 지난 1월 68대, 2월 83대를 판매하는데 그쳤습니다. 형님 모델인 현대 에쿠스가 미국에서 1월 171대, 2월 286대를 판매한 것과 대조를 보여줍니다.


기아 K9은 차 자체만 놓고 보면 흠잡을 곳이 없으며 무엇보다도 8,500만원을 지불하면 V8 5.0L 대배기량 모델을 구매할 수 있는 기아 K9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이런 장점이 있음에도 기아차의 판매량은 왜 처참하게 추락하고 있는 걸까요? 저는 기아차 브랜드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IMF이후 현대차에 합병된 기아차는 SUV, RV의 경우 현대차보다 기아차에 먼저 신형플랫폼과 신기술 투입하고 현대차와 차별화된 모델을 출시해 기아차가 인정을 받고 있으며 피터슈라이어 영입 이후 디자인 기아를 표방하며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는 여전히 현대차 아래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K9같은 대형세단은 뒷좌석에 VIP모시는 중후한 세단입니다. 이들 VIP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하고 씻고 출근해서 업무보고 퇴근해서 휴식하고 다시 잠들 때까지 명품과 함께 합니다. 


명품의 기준과 조건은 주관적이고 명품이라 생각되는 럭셔리 브랜드들조차 명품에 대한 기준이 다 다릅니다. 다만 제 기준에서 명품은 역사가 길고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없으면서 동경하는 브랜드에서 나온 제품을 명품이라고 생각됩니다. K9 자체는 명품에 부합될 수 있지만 기아차라는 브랜드는 현대차보다 아래에 있는 일반브랜드입니다. 


플래그십 대형세단을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라면 자동차 자체보다는 브랜드를 중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특히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특히 중장년층은 자동차 구매 시 아직까지 신분을 과시하는 목적이 있는 만큼 어떻게 보면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K9 실패는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젊은이들이 쉽게 접근하도록 마케팅 전략 수립해야




따라서 저는 기아 K9을 후속모델 없이 내년까지 판매 후 단종 시켜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현대차그룹이 이미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시켰기 때문에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기아차에 K9같은 플래그십 대형세단을 계속 출시하기 보다는 제네시스 브랜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겁니다.


K9을 버리는 대신 제 생각에 기아차는 젊은 사람들이 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중, 소형차 위주 라인업으로 개편하고 젊은이들이 쉽게 차를 구매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요즘 운전면허증을 시험을 안보고 차를 소유하지 않는 젊은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KTX 등 대중교통이 발달하고 있으며 한 손에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IT 시대에서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은 포기 못하지만 운전을 과감히 포기한다고 합니다. 


현대차그룹도 아마 이러한 사회변화를 알고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성공한 중장년층을 겨냥한 제네시스 브랜드가 런칭된 만큼 기아차는 젊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매하는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와인딩을 즐기고 서킷주행을 즐기는 운전자들도 늘어나는 추세기 때문에 토요타 86같은 경량 스포츠쿠페를 개발해 시판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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