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하면 떠오르는 차 하면 보통 중형 세단 어코드, 준중형 세단 시빅 그리고 중형 SUV CR-V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겁니다. 하지만 혼다 파일럿이라는 모델명을 아냐고 물어본다면 그런 모델이 있냐? 혹은 모르겠다. 라는 반응이 대부분일 겁니다.

 

파일럿은 토요타 하이랜더, 현대 베라크루즈 등과 미국에서 경쟁하는 중형 SUV 모델입니다. 미국은 전장 5m가 훌쩍 넘는 대형 급 SUV 모델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쉐보레 타호 서버반 GMC 유콘 포드 포드 익스페디션 등이 미국에서 대형 급 SUV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에서 대형 급 SUV 모델들이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베라크루즈, 모하비 등이 대형 급 SUV로 분류되고 북미에서 베라크루즈와 경쟁하는 혼다 파일럿도 국내에서는 자연스럽게 대형 급 SUV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 베라크루즈, 기아 모하비 등과 경쟁하는 혼다 파일럿은 일단 크기가 상당히 큽니다. 전장이 4,875mm, 전폭 1,995mm, 전고 1,840mm이며 오프로드 주행 또한 고려한 모델이기 때문에 최저지상고는 20.32cm로 은근히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무게중심이 높게 느껴지기 때문에 와인딩 로드에서 속도를 높여 주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모델입니다. 막상 가파른 오르막 와인딩 구간에서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보니 의외로 기대 이상으로 서스펜션이 좋았습니다.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한 SUV 모델이기 때문에 서스펜션 상하 스트로크가 길게 느껴졌고 쇽업쇼버 자체도 부드럽습니다.

 

 

그럼에도 와인딩 로드에서는 좌우 롤링이나 상하 바운싱이 상당히 억제되어 있습니다. 타이어가 마른 노면에서 접지력이 높은 타이어가 아니고 타이어 사이즈 또한 235/60/18에 불과하기 때문에 코너를 빠르게 통과할 수는 없지만 서스펜션 셋업은 훌륭하다고 생각됩니다. 키를 내주고 조수석에서 동승해도 만족스러웠고요. 파일럿을 시승하면서 가장 생각난 모델이 기아 모하비입니다. 모하비는 동력성능 자체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서스펜션은 흔들림을 너무 많이 허용하고 승차감이 좋지 않으며 와인딩 로드에서도 불안합니다. 

 

모하비의 경우 연식이 변경되면서 서스펜션을 개선했다고 하지만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습니다. 프레임 SUV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프레임 SUV 모델인 렉스턴 W의 경우 적어도 차체 흔들림이나 승차감은 모하비와 비교해서 훨씬 더 나았습니다. 믿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입니다.

 

 

각진 디자인이 적용된 혼다 파일럿은 익스테리어 디자인만 보면 상당히 투박해 보이지만 탑승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혼다 파일럿은 전면 시야가 잘 확보되어 있고 뒷좌석 탑승객들이 경치 등을 볼 때도 넓은 시야 때문에 경치 구경하기 상당히 좋습니다. 특히 파일럿은 시트포지션이 승용차에 가까우면서도 1,840mm에 달하는 전고 덕택에 헤드룸이 상당히 넓습니다.

 

혼다 파일럿의 엔진은 V-TEC 기술이 적용된 V6 3.5L SOHC 엔진이며 중형 세단 어코드 등에 탑재되고 있습니다. 다만 높은 견인력을 요구하는 SUV 특성상 출력을 낮추고 최대토크나 나오는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서 셋팅한 듯 합니다. 파일럿에 탑재되는 엔진의 최고출력 257마력, 최대토크 35.4kg.m으로 엔진 스펙 자체는 평범한 수치입니다.

 

5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어 있는데 공차중량 약 2톤 수준인 혼다 파일럿을 생각하면 사실 크게 넉넉한 힘을 내는 엔진은 아니지만 추월 등 큰 힘을 필요로 할 때 기어를 낮추고 rpm을 크게 높여 운행하면 V6 3.5L 엔진 답게 가속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지진 않습니다. 단지 2,000rpm 이하에서는 토크가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은 있죠. 그렇다 해도 현재 판매되는 2.0L 이하 중형 세단보다는 힘은 월등히 좋습니다. 

 

내년 완전히 변경되는 혼다 파일럿

 

 

혼다 파일럿은 2016년 3세대 파일럿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미 시카고 오토쇼를 통해 선보인 3세대 혼다 파일럿은 차체 길이가 더 길어지는 등 상품성을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특히 3열 탑승자들이 탑승할 때 편의성을 크게 높였으며 3열에 탑승한 승객들을 위한 별도의 에어 컨디셔너 더 넓어진 3열 출입구 그리고 더 낮아진 시트포지션 등으로 혼다 파일럿은 미국에서 미니밴 성격이 가미된 중형 급 SUV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3세대 파일럿의 엔진은 직분사 시스템이 적용되면서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크게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고장력 강판 확대 적용은 물론 파일럿 최초로 알루미늄 합금도 적용될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알루미늄 합금은 100% 적용이 아닌 약 5% 정도만 적용되는데요. 그럼에도 3세대 혼다 파일럿은 2세대 보다 공차중량을 약 300파운드(136kg)이나 감량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동력성능은 현행 2세대 파일럿보다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혼다 파일럿은 겉에서 보면 온로드 주행과는 거리 있어 보이는 SUV 모델이지만 훌륭한 서스펜션 승차감과 주행성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사로잡은 케이스라고 생각됩니다. 처음에 2세대 파일럿 익스테리어만 볼 때 디자인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막상 타보니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국산 SUV 특히 베라크루즈 모하비는 서스펜션 셋팅이 아직까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데요. 혼다 파일럿을 본보기 삼아서 제대로 된 서스펜션이 장착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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