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가 매우 넓고 도로 및 주차장폭이 넓은 미국은 예전부터 큰 차체와 대배기량을 선호했습니다. 근래 고유가 파동으로 연비좋은 중 소형차 및 하이브리드카 판매가 늘면서 잠시 주춤했지만 픽업트럭과 풀사이즈SUV 수요층은 지금도 꾸준합니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판매된 픽업트럭은 포드 F시리즈인데 지난해에만 약 52만대가 판매되었습니다.



최근에 저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시승했습니다. 미국차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에스컬레이드라는 자동차명은 꼭 한번 들어보셨을겁니다. 연예인 크라운제이, 정우성씨가 에스컬레이드 타는걸로 유명하죠. 특히 크라운제이는 자신의 에스컬레이드를 치즈케잌이라는 애칭을 붙일정도로 에스컬레이드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제차는 핑크마티즈이니 딸기떡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야겠군요. 어감이 좀 이상하려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시리즈는 1999년에 첫 출시되었고 현재 판매되고 있는 모델은 두번의 모델체인지를 거친 3세대 모델입니다. 3세대 에스컬레이드는 2007년부터 판매되고 있으며 차량크기 및 형식에 따라 총 세가지 모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길이가 가장짧고 국내에서 정식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는 에스컬레이드 노멀모델, 에스컬레이드 롱바디 버전이라고 할수 있는 ESV모델, 그리고 픽업트럭인 EXT가 있습니다.(ESV, EXT 전장이 노멀모델보다 50cm이상 더 깁니다)



제가 운좋게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타보았습니다. 그것도 최근에 나온 2010년형 플래티넘 모델인데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시승소감을 본격적으로 작성해보겠습니다.



든든하고 강인하면서 고급스러운 익스테리어



작년말에 시승했었던 링컨 타운카도 그랬지만 에스컬레이드도 참 큽니다. 전장이 5m넘고, 전폭이 2m가 넘습니다. 미국에서는 에스컬레이드가 풀사이즈SUV로 분류됩니다.

요즘 자동차디자인은 공기역학을 고려해서 곡선을 많이 가미하고 있는데요.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한 캐딜락 출신의 기함SUV라 그런지 직선이 많고 디자인 자체도 단순합니다. 소형급SUV면 모르겠지만 캐딜락같이 한 브랜드를 대표하는 기함급SUV는 오히려 차라리 단순한 직선 디자인이 더 낫다는게 저의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미국의 고급브랜드 차량을 보면서 느낀거지만 에스컬레이드 또한 곳곳에 크롬도금된 부분이 적지않습니다. 그릴은 물론이고 프론트 펜더에 있는 에어벤트 도어그립, 사이드미러 심지어 휠까지 크롬으로 도금되었습니다.



참고로 국내자동차브랜드에서 생산하는 SUV중에서 가장 큰 모델은 현대 베라크루즈와 기아 모하비인데요. 베라크루즈와 모하비도 바디사이즈가 큰편에 속하지만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나란히 세우면 베라크루즈나 모하비도 평범한 소형SUV처럼 보입니다.



최근 자동차디자인 추세가 한눈에 봐도 자사차량임을 쉽게 확인할수 있는 패밀리룩 디자인을 지향하고 있는데요. 예전부터 캐딜락CTS, SRX를 접해보아서 그런지 에스컬레이드의 세로로 길게 찢어진 헤드램프, 그리고 전면그릴 한가운데에 있는 동그란 캐딜락 앰블럼이 낯설지 않고 오히려 익숙합니다. 후면부 디자인 또한 세로로 길게 이어진  캐딜락의 다른 모델과 비슷한 패밀리룩을 이루고 있습니다.


에스컬레이드에서 또하나 눈에 띄는것은 거대한 덩치를 지지해주는 22인치 크롬휠과 285/45/22사이즈의 거대한 타이어입니다. 바디가 워낙 크고 무거우니 휠타이어 또한 거기에 맞게 적용되어 있는데요. 편평비가 45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보면 보통 국산차타이어에서 흔히 볼수 있는 185-225mm 타이어폭에 편평비 60-70과 동일한 수준의 타이어두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타이어폭이 얇아보이기는 한데 편평비 자체는 꽤 두꺼운 편입니다.



지상고가 높은 에스컬레이드는 도어를 열때 사이드스텝이 자동으로 튀어나와 승하차가 편리합니다. 물론 사이드스텝이 거슬리다 싶으면 버튼으로 사이드스텝이 자동으로 나오지 않게 설정할수도 있습니다.



한가지 의미심장한 앰블럼이 눈에 띄는데요. 플렉스퓨얼 E85에탄올이라는 앰블럼이 트렁크 뒤에 붙어있습니다. E85는 에탄올 85% + 휘발유 15%가 혼합된 바이오 연료입니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석유의전도를 크게 줄일수 있어서 미국 또는 브라질 스웨덴등의 몇몇국가에서는 정부에서 권장을 장려하는 연료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휘발유 이외에 친환경 E85도 마음놓고 주유할수가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파는곳이 없는게 안타깝네요.



고급스러우면서도 수수하고 실용적인 인테리어



익스테리어와 마찬가지로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운 편입니다. 그러나 화려하지만 않고 수수하면서 실용적인 부분도 곳곳에서 찾아볼수 있어 다목적차량인 SUV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살렸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미국의 라지 프리미엄급 SUV인 에스컬레이드의 시트구성은 2+2+3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7인승SUV가 2+3+2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것과 대조적이죠.



운전석 시트포지션은 SUV답게 높은 편입니다. 에스컬레이드보다 한단계 아랫급인 SRX의 경우 시트높낮이 자유도가 높아 시트포지션을 승용차처럼 낮게 셋팅할수 있는데 에스컬레이드는 SRX수준까지는 아닙니다. 대신 시트포지션이 높은만큼 전면시야가 매우 쾌적하고 도심에서 정체구간에 갇혀있다고 해도 갑갑하고 짜증나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도어트림은 럭셔리합니다. 그리고 도어트림위에 있는 파워윈도우 스위치등 조작도 편리하구요. 다만 도어트림 아래쪽 수납공간은 약간 불편합니다. 작은 음료수캔 정도는 얼마든지 넣을수 있지만 중간크기이상 펫트병은 넣기 힘들듯 합니다. 이건 운전석 도어트림 뿐만 아니라 뒷좌석도 마찬가지입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2열시트가 붙어있지 않은 독립식시트여서 2열시트에 착석한 승객이 더욱 편안하게 여행을 할수 있습니다. 또한 에스컬레이드 2열시트는 한가지 재밌는 기능이 숨겨져 있는데요. 아래사진을 보시면...... 


사진에서 보이는것 처럼 2열시트를 젖혀 세울수도 있습니다. 에스컬레이드에 부피가 크거나 많은 화물을 적재할때 또는 3열 시트에 착석한 사람이 다리를 좀더 뻗고 싶을때(굳이 편안한2열시트 놔두고 3열시트 앉는 사람은 없겠죠)유용하다고 생각됩니다. 2열시트를 젖혀 세우는건 2열시트 좌우에 튀어나와있는 페달을 누르면 자동으로 접힙니다.



풀사이즈 럭셔리SUV답게 2열시트 가운데 아래쪽에는 시트열선버튼이 있으며 송풍 및 온도조절 그리고 오디오 관련버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아래쪽 수납공간을 젖히면 컵홀더가 나옵니다.



2열시트 중간 위쪽 천정에는 DVD영화등을 감상할수 있는 스크린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DVD매체는 3열시트 왼쪽에서 삽입하고 꺼낼수 있으며 재생 및 빨리감기&되감기등을 할수 있는 리모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움직이는 영화관이라고도 볼수 있겠는데요. 하지만 제가 시승할때 DVD매체가 없어서 아쉽게도 에스컬레이드에서 DVD영화를 볼수는 없었습니다.

에스컬레이드 3열시트는 우리나라 7인승 SUV에는 성인이 앉기 불편하다고 하지만 에스컬레이드는 3열 시트조차 편하고 여유롭습니다. 1열과2열처럼 독립식시트가 아님에도 말이죠. 그리고 3열 뒷좌석 가운데자리에 3점식 시트가 적용된게 눈에 띕니다.



센퍼페시아 조작성은 직관적이고 편리합니다. 센터페시아는 총3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맨 위에는 네비게이션이나 후진시 후방을 볼수있는 스크린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네비게이션은 터치식이며 지니 네비게이션인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니보다는 만도맵피가 더 낫다고 생각됩니다. 네비게이션 이외에 에어컨등 공조장치 라디오&오디오 또한 터치스크린으로 설정할수 있습니다. 2단은 오디오, 3단은 에어컨 및 히터 공조장치 버튼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센터페시아 밑부분에는 시거라이터잭과 재떨이가 자리잡고 있으며 그 밑에는 컵홀더가 있는데 단순히 컵이나 음료수캔을 꽃는 컵홀더가 아니고 온열과 냉장기능을 겸하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 시원한 음료수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거나 따뜻한 차를 오랫동안 유지할때 유용할걸로 생각됩니다.



센터콘솔박스는 2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가 맨 아래쪽 하단은 찍지 못했습니다. 콘솔박스 안쪽에 USB단자가 마련되어 있어 USB메모리를 통해 MP3음악을 들을수 있습니다.



센터페시아 왼쪽에 있는 세로4개의 작은 버튼은 에스컬레이드 계기판 트립창정보를 표시하는 버튼입니다. 그리고 오른쪽 2개의 버튼은 트랙션컨트롤 및 파킹센서를 활성화&비활성화 할수 있는 버튼입니다.



400마력이 넘는 강력한 V8 6.2L 볼텍엔진 2.5톤의 거구를 민첩하게 움직인다.



워낙 큰 몸집을 가진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크기뿐만 아니라 공차중량또한 2.5톤이 넘는 엄청난 거구입니다(정확히는 2610kg)그러나 에스컬레이드에 장착된 V8 6.2L볼텍엔진은 400마력이 넘는 출력에 실용영역의 가속력을 담당하는 최대토크는 57.6kg.m이나 됩니다.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않고 오히려 힘이 넘치는 편입니다. 그 증거로 0-100km/h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계기판으로 약7초대입니다. 285/45/22의 무겁고 큰 타이어가 적용되어 있지만 트랙션컨트롤 끄고 급가속하면 타이어 미끄러지는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릴정도니까요.



파워가 강력한 에스컬레이드는 그러나 강력한 파워를 생산하는 만큼 많은 연료를 소비합니다 급가속을 할때마다 연료게이지가 떨어지는게 눈에 보일 정도니까요. 그래서인지 에스컬레이드는 불필요한 연료를 낭비하기 위해 정속주행시에는 4개의 엔진실린더만 사용하여 연비향상을 도모하고 있는데 계기판 트립에는 평상시 V8이라고 표기하다가 정속주행시 혹은 큰힘을 필요로 하지 않을떼는 4개의 실린더만 사용한다는 의미인 V4라고 표기됩니다.

 

에스컬레이드는 6단 자동미션이 적용되어 있는데요. 기어조작은 칼럼식입니다. 그리고 칼럼레버에 수동으로 원하는 단수에 주행할수 있는 + - 버튼이 붙어있는데 +버튼은 한단계 높은 기어로 변속되고 -버튼은 한단계 낮은 기어로 변속됩니다. 시속 100km/h에서는 약 1500rpm을 가리키는데 에스컬레이드가 공기저항을 많이 받는 SUV인점 그리고 공차중량을 생각하면 적절한 기어비라고 생각됩니다.


에스컬레이드의 연비는 제원상 5.9km/l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실제연비가 어떤지 궁금해서 연비트립을 리셋해 보았습니다.



제가 시승한 구간은 간략히 언급하면 경기도 시흥에서 하남시까지 외곽순환고속도로 타고 주행했으며 다음날 출근하면서 차를 반납하기 위해 하남시에서 올림픽대로를 타다가 성수대교 남단에서 강남 학동까지 주행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아래사진에 나옵니다.



100km당 16.8L의 휘발유가 소모되었다고 나오는데요. 우리나라 연비로 환산하면 리터당 5.95km/l가 소모되었다고 나옵니다. 정속주행도 했지만 급가속테스트도 했었고 올림픽대로 주행할때는 출근시간이 겹쳐 막히기도 했습니다.



80-90km/h의 속도로 정속주행할때 평지에서 리터당 10-13km/l정도의 연비를 보여주지만 그렇다 해도 에스컬레이드는 기본적으로 연료소모량이 많습니다.



에스컬레이드의 서스펜션은 GM의 전매특허인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이 적용되어 1/1000초만에 노면상황을 바로 읽을수 있으며 캐딜락의 수퍼세단 CTS-V에 적용되어 있습니다. 지상고가 높은 SUV라 그런지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꽤 긴편입니다만 서스펜션 감쇄력은 의외로 단단한 편입니다. 슬라럼테스트도 살짝 해보았는데 의외로 차체균형 잘 잡더군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단순한 SUV가 아닌 오너의 부를 상징하는 럭셔리카



에스컬레이드가 바디온프레임 형식이라 오프로드에서의 주파력도 뛰어난 다목적SUV입니다. 그렇지만 GM 최고의 럭셔리브랜드 캐딜락의 기함SUV라는 상징성을 생각하면 에스컬레이드를 오프로드용으로 쓰기에는 매우 아깝습니다.



제가 에스컬레이드를 앞으로 소유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만약 제가 오너라면 도심에서 음악 빵빵하게 켜고 휠은 더 큰 크롬휠로 바꾸고(26인치는 되야겠죠) 다닐거 같네요. 음 그러니까 요즘 많이 말하는 블링블링 스타일로 꾸밀거 같습니다.


에스컬레이드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어필할수 있는 차량입니다. 부와 명예가 부족함이 없고 대저택과 차를 여러대 주차할수 있는 차고가 마련되어 있다면 에스컬레이드 한대 마련해 보는것도 좋지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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