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살다가 이런일도 있구나 라는걸 어제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그순간 생각하면 아찔하네요.


어제 오전 시승차를 타고 가평과 양평 경계에 있는 중미산에 갔습니다. 거기 정상에 사진찍기 좋은 자리가 몇군데 있고 시승차량 성능도 확인할 겸 답답한 마음도 풀겸 가볍게 드라이브 하고 싶었거든요.


보통 중미산 갈때 양수대교 건너 양평시가지 진입하기전 옥천면을 거쳐 중미산에 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자연경치도 구경하고 싶어서 양수리, 정배계곡, 중미산천문대를 거쳐 중미산에 오르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올라가서 사진 몇컷 찍고 다시 내려오는데 마침 어제는 휴일치고는 차가 별로 없어서 다운힐에서 약간 밟았습니다. 그게 화근이었죠.


직선구간 끝지점 가드레일 위에 황조롱이로 추정되는 맹금류 한마리가 앉아있었습니다. 엑셀레이터 페달에 발을 떼고 잠시 망설이다가 에이 알아서 도망가겠지 하고 다시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았습니다. 그게 화근이었죠.


제가 운전하던 차량이 황조롱이에게 접근하자 황조롱이가 날아서 오히려 차량을 향해 오는겁니다.




대략 위와 같은 상황이었죠. 저는 클락션을 눌렀고 황조롱이도 놀랬는지 방향을 틀었지만 제가 탄 차량 옆부분과 몸통에 접촉했습니다.


오른쪽 사이드미러로 쳐다봤는데 다행히 황조롱이는 땅에 구른뒤 다시 날아서 반대편 가드레일로 앉았습니다. 운이 좋았다고 할까요? 하마터면 살축자?가 될뻔한 신세를 면한게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보통 사고가 나기 일보직전 상황이 마치 슬로우비디오처럼 생생하게 기억된다는데 어제 일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네요. 충돌하기 일보직전 옆창문을 보았는데 옆창문에서 본 황조롱이의 놀란눈이 가장 기억납니다.


어제 일 겪고나니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산속은 야생동물의 삶의 터전인데 생각해보니 산속에서 도로가 포장된 뒤 야생동물이 자유롭게 이동할수도 없을거고 자동차소음때문에 스트레스도 꽤 많이 받는다는걸 생각하기 어제 죽을뻔한 황조롱이 포함해서 제가 미안해지더라구요. 그렇다고 도로에 차가 안다닐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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